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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통합 외친 바이든, 미국 재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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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시대 개막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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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정오(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미국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저녁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희생자 추모식에서 "해가 질 무렵 어둠에 불을 밝히자"며 "치유를 위해선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는 이날 40만명에 도달했다. 전례 없는 대선 후유증까지 겪으며 미국은 극도의 진통 끝에 가까스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섰다.

4년 전 같은 장소에서는 성대한 취임 전야제가 열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떠나며 장남 고(故) 보 바이든 소령의 이름을 딴 주방위군 기지에서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나는 지금이 어두운 시기라는 것을 알지만 언제나 빛이 있었다"며 "그것이 이 나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희망과 끝없는 가능성의 나라"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전체가 봉쇄된 가운데 20일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도 환희에 가득 찬 축제 분위기가 아니었다. 미국이 처한 최악의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의 순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던진 화두는 '단합을 통한 미국의 재건'이었다.

이제 전 세계는 정상궤도로의 복귀를 선언한 미국과 다시 마주한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불러온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벗어나 다시 상생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이 세계를 이끌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며 "만약 아무도 이끌지 않으면 혼돈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를 끝내고 다시 적극적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을 가리켜 "가장 중요한 도전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간 헤게모니 경쟁은 잦아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미국 치유의 시작은 기억하는 것…어둠에 불을 밝히자"


바이든 美 46대 대통령 취임

코로나 추모식으로 전야 행사
취임식 아침 공화인사와 예배
갈라진美 통합위한 행보 시작

'128년 가보' 성경에 손얹고 선서
첫 행정명령으로 마스크 의무화
미국 대통령 공식 업무 시작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호(號)'가 20일(현지시간) 닻을 올렸다. 바이든 정부는 의사당 폭동으로 바닥까지 드러낸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명과 생계의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는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떠맡고 출발선에 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19일 오후 2시 20분에 델라웨어주를 떠나 워싱턴DC에 입성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첫 방문을 취임식 전날에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는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고향 델라웨어주를 떠날 때 감정이 복받친 듯 굵은 눈물을 흘렸다. 과거 대통령들은 취임 전날 링컨기념관에서 화려한 전야제를 열고 곧이어 유니언 스테이션 등에서 만찬 행사를 개최했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축제로 미국 수도 워싱턴DC 전체가 들썩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날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희생자 추모식으로 모든 전야 행사를 대체했다. 참석자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 그리고 추모의 노래를 부른 흑인 여성 두 명뿐이었다. 어둠이 내린 링컨기념관 앞 '반사의 연못'을 비추는 등불 앞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주 출신 간호사가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들은 뒤 무거운 목소리로 애도사를 했다. 그는 "해가 질 무렵 어둠에 불을 밝히자"며 "치유를 위해선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유를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면서 "때로 힘이 들지만 이것이 치유하는 방법이며 나라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델라웨어주 주방위군 기지에서 열린 고별 행사에서도 뭉클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기지는 2015년 뇌암으로 숨진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보 바이든 이름을 딴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글에 빗대 "내가 죽으면 델라웨어는 내 심장에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12년 전 흑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부통령 지명을 받았고, 20일엔 흑인이자 서남아시아 출신의 해리스 부통령과 취임식을 한다며 "이것이 바로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취임식 당일인 20일 행보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담았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이날 오전 8시 45분 세인트매슈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을 초대했다.

이들 공화당 인사는 비슷한 시간에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환송 행사에 가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에 응했다. 이어 오전 10시 30분 철통같은 경계 속에 취임식이 열리는 연방의사당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낮 12시에 성서에 손을 얹고 4년 전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 서서 취임 선서를 했다. 이날 사용된 성서는 바이든 대통령 집안에서 1893년부터 가보로 내려온 것이다.

취임식을 마친 뒤엔 군통수권자로서 의사당 동쪽에서 군대 사열을 하고 곧바로 알링턴국립묘지로 이동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오후 3시 백악관으로 향하는 내셔널몰에는 19만여 기의 깃발이 꽂혔다. 대통령으로서 첫 업무는 오후 5시 15분 행정명령 서명식으로 시작한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은 연방정부 토지나 건물에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일명 '100일 마스크 착용 챌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공공보건 전문가의 권고를 강조함으로써 정권 교체를 분명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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