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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한국 정부·기업·가계 부채 합치면 5000조원, GDP의 3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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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빚더미 도대체 얼마나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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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아닌, 자국민에게 빚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빚잔치를 벌이는 전 세계를 향한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직언’이다. 이 매체의 ‘글로벌 부채 시계’는 전 세계 190여 국 정부의 빚 현황을 실시간으로 추산해 보여준다. 21일 현재 이 액수는 약 58조달러(약 6경3900조원). 1초당 34만달러(약 3억7500만원)씩 증가하고 있다.

이 시계 밑엔 나라별 빚의 증감(增減)을 붉은색(증가)과 초록색(감소)으로 보여주는 세계 지도가 있다.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일부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이 붉게 물들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Mint가 각종 지표로 확인해 본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 실태는 자못 충격적이다. 한국의 경우 BIS(국제결제은행) 집계를 토대로 기업과 가계가 각각 2000조원, 정부(국가) 800조~1000조원으로 부채총액이 5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 GDP(국내총생산) 예상치인 1조6000억달러(1764조원)의 2.8배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합작한 ‘빚의 늪’

규모나 위험성 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 부채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늘어난 빚 20조달러 중 절반이 정부 몫이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된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정점을 찍으며 벌어진 현상이다.

한국을 비롯,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국 중 34국이 만성화된 수요·투자 부진에 따른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며 극단적 재정 확대 정책을 펼쳤다. IMF(국제통화기금) 조사 결과 G20(주요 20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지출 비율은 1년 만인 지난 2008~2009년 0.5%에서 2.1%로 급증했고, 지난해 3.5%까지 증가한 상태다. 각국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미국과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은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여 부채가 늘었다.

그 결과 전 세계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주요 선진 27국의 부채 비율은 2차 대전 직후(124%)보다 높은 127%에 달했다”고 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해 국가 채무가 급증한 33국의 신용 등급을 총 51번 내렸다. 피치는 “1914년 설립 이래 역대 최다 기록”이라고 밝혔다.

◇채무 불이행 기업 3년 만에 7배

기업들도 저금리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빚을 늘렸다. BIS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선진국 기업(금융회사 제외)들의 총부채는 132조4300만달러(약 14경4580조원)로 금융 위기가 터진 2008년(99조2670만달러) 대비 33% 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과 소비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재와 에너지, 경기 소비재 업종 등 경기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했다. IT(정보기술) 등 일부 ‘코로나 수혜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존'을 위해 빚을 내는 상황이다. 상당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금융 비용도 감당이 안 돼 정부의 정책 대출로 버티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976조원으로 1년 새 107조원, 약 11%나 증가했다. 200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일부 기업은 초저금리를 이용해 일부러 빚을 냈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해 기업 인수에 쓸 현금을 쌓기 위해 채권 100억달러를 발행했다. 그러나 늘어난 빚은 신용도 하락을 부른다. 피치는 “(피치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 중 지난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한 기업이 총 65곳이었다”고 밝혔다. 2019년(22곳)의 3배, 2017년(8.5곳)의 7배 이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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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들여온 달러화 뭉치를 시중은행 직원이 점검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돈 풀기’ 정책으로 금융시장에 값이 싼(이자가 낮은) 달러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빚이 쉽게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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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에 빚더미 오른 가계

초저금리와 자산 가격 상승은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한국의 상황이 이를 압축해 보여준다. IIF(국제금융협회)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가계 빚 규모는 역대 처음 GDP를 넘어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0.6%에 달했다. 미국(81.2%)과 주요 선진국(78.0%)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주택 가격 급등의 영향이 컸다.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에 30~40대가 대거 빚을 내 집을 샀고, 이마저 한발 늦었다고 판단한 20~30대는 빚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 한국의 주택 담보대출은 722조원으로, 1년 새 68조원 늘었다. 주식 투자를 위해 개인과 기업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은 20조원에 달한다. 자산 시장의 과열이 빚을 부르고, 이 빚이 다시 자산 시장을 더 달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가계 빚이 커지면 이자로 내야 할 돈이 늘면서 일상의 소비에 쓸 돈, 이른바 ‘가처분 소득’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자산 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는 커지고, 실물경제 회복은 더 느려질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 사태로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공백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돈 쓰기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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