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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인공지능 윤리 논쟁

민감한 카톡 줄줄이 '이루다' 학습에…피해 보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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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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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대생 AI(인공지능)'을 표방하고 출시됐다 차별·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에 중단된 AI 챗봇 이루다 이미지 /사진=스캐터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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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의 개발·서비스 과정에서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 등 개인정보를 유출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본격적인 집단 소송에 나선다.

22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이루다AI 개인정보 유출 피해' 집단 소송에 342명이 참여하기로 확정됐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의 소송 모집 페이지를 통해 이날 오전 8시쯤 기준으로 342명이 모인 가운데 소송인 모집이 우선 마감됐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림 측은 "우선 신청을 마감하고 소송인 추가 모집 여부는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전날 비대면 방식으로 모인 후 서울동부지법에 스캐터랩을 상대로 증거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캐터랩이 이루다AI 개발 과정에 사용한 '연애의 과학' 카카오톡 DB(데이터베이스)를 증거로 보전해야 한다며 법원에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앞서 스캐터랩은 연인 또는 파트너 간의 카카오톡 대화를 제공 받아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해 주는 연애 심리 분석 앱 '연애의 과학'과 '텍스트앳'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카톡 대화를 수집해왔다. 이렇게 쌓인 DB가 '이루다'에게 기계학습(머신러닝) 시킬 학습 데이터가 됐다. 스캐터랩이 수집한 카톡 대화는 약 100억건으로 이중 1억건 정도가 이루다의 DB가 됐다.

스캐터랩은 앞서 지난 5일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루다AI의 딥러닝 모델과 DB를 파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피해자들은 원본 DB 100억건과 이루다 개발에 사용된 DB 1억건을 모두 증거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캐터랩이 추후 이루다AI DB를 훼손·파기할 경우 피해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피해자들은 스캐터랩 서비스 가입자들이 실제 서버에서 데이터가 삭제됐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법원의 검토 하에 삭제 여부 등이 소명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서비스 가입자가 아니었지만 대화 내역이 이용된 이용자의 경우에도 이 부분이 확실치 않으면 추후 카톡 데이터의 불법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피해자들은 현재 개인정보 피해와 확산 방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 등을 스캐터랩 측에 요구하고 있다.

법원의 증거 보전 신청까지는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린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전례가 드물어 판사가 스캐터랩 입장을 듣는 심문기일을 거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루다를 통해 실명이나 피해자의 직업, 실제 연인 간 나눈 대화와 비슷한 내용의 대화 패턴 등이 노출됐다. 피해자들이 카톡에 제공한 대화 내용 중에는 임신 중절 이야기나 성추행 피해 고민 상담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같은 내용이 카톡 분석 외에 다른 곳에 쓰일 것이라고 '연애의 과학' 서비스 이용 전 충분히 고지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스캐터랩은 앞서 입장문을 통해 "사전에 동의가 이루어진 개인정보취급방침의 범위 내에서 활용한 것"이라며 "다만 사용자분들께서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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