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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가상화폐 신사업 진출...연 매출 3조원 김정주 NX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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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대표(53)가 이끄는 넥슨이 매각 실패 후 오히려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코로나19는 국내 게임업계 맏형 격인 넥슨에 더욱 큰 힘을 실어줬다. 매각 실패가 자극을 준 것일까. 넥슨은 실적 개선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심에는 김정주 NXC 대표가 있다.

매경이코노미

1968년생/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석사/ 1994년 넥슨 설립/ 2001년 모바일핸즈 설립/ 2006년 NXC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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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1세대 김정주

▷활발한 M&A로 업계 1위 도약

김정주 대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게임업계 1세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199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 시장이 등장하기 전부터 김 대표는 게임 개발에 눈을 떴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장 급했던 것은 자금. 여러 기업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면서 돈을 모으던 그는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렇게 돈을 모아 만든 게임은 국내 온라인 게임의 시초라 불리는 ‘바람의 나라’다.

사실 처음에는 접속자가 거의 없었다.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시 1~2년 후 PC방이 생기고 인터넷 환경이 좋아지면서 ‘바람의 나라’는 대박을 쳤다. 서비스 3년 만에 동시접속자 수 10만명을 돌파했다. ‘바람의 나라’의 성공은 넥슨이 국내 최고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토대가 됐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김 대표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모바일 게임이다. 쉽고 간편해 자투리 시간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주목했다. 넥슨은 퀴즈퀴즈,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을 성공시킨 데 이어 2004년 ‘카트라이더’를 출시해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넥슨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김 대표는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린다. 이때부터 수많은 알짜 기업을 인수했다. 약 4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네오플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네오플 히트작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엄청난 히트작이 됐다. 네오플은 지금도 매년 순이익 1조원, 영업이익률 90% 이상을 기록하는 ‘괴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넥슨은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를 인수했고 덕분에 2011년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물론 김 대표의 M&A 전략이 늘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분쟁은 김 대표 입장에서 ‘기억하기 싫은 과거’다. 양사는 한때 협력 관계였지만 경영권 분쟁 이후 갈등이 심화됐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을 이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자, 결국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지분 모두를 매각했다.

넥슨의 더 큰 위기는 바로 2년 전 찾아왔다. 김 대표가 ‘매각’을 발표하면서 넥슨은 내·외부적으로 크게 동요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초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맏형이 제 손으로 일군 기업을 매각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당시 거론되는 매각 금액만 10조원 이상. 국내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매각 선언 후 6개월이 지난 2019년 6월, 넥슨은 NXC 매각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가 불참하고 카카오 등 유력 후보가 비교적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매각 동력을 잃었다. 유력 후보였던 넷마블은 자금 조달 능력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김 대표는 매각을 접었다. 어쩌면 이 시기는 김 대표가 1994년 창업 후 가장 위기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매각 포기가 되레 전화위복

매경이코노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확실

▷매각 불발 이후 절치부심한 것일까.

김 대표는 먼저 기존 사업 안정화에 나섰다.

매각 추진 당시 넥슨은 ‘트라하’와 ‘야생의 땅:듀랑고’ 등 야심 차게 추진한 대형 모바일 게임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그래서일까. 넥슨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다. 반면 기존 성공했던 게임 리뉴얼에 집중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돈이 될 만한 사업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넥슨은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 나라:연’ ‘FIFA 모바일’ 등은 모두 히트를 쳤다. 모두 기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IP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다.

신작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급등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매출(8873억원)은 2019년 3분기와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조5000억원을 기록한 넥슨은 이변이 없는 한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넥슨의 실적 반등 요인은 여러 가지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하기도 했지만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해 대폭 실적이 개선됐다.

넥슨이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김 대표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매각 실패 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는 신사업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 시장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트렌드가 빠르게 바뀐다.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어렵다. NXC 관계자는 “김 대표는 평소에도 미래 먹거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게임은 변화가 빠른 업종인 만큼 다른 미래 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신금융이다.

김 대표는 2016년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다. 2018년 10월에는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지분 80%, 4억달러)를 품었다. 2018년 말에는 미국 가상자산 중개회사 ‘타고미’에 투자했다. 지난해 2월에는 NXC 자회사로 ‘아퀴스’를 설립해 금융거래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아퀴스는 MZ세대를 겨냥한 주식, 가상화폐 등 금융자산 전반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빗썸’ 인수설이다. 새해 벽두부터 김 대표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이 뜨겁다. 넥슨 지주사 NXC는 이정훈 빗썸 의장이 보유한 빗썸홀딩스 지분 약 65%를 5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업비트와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다. NXC가 코빗에 이어 빗썸까지 품으면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금융뿐 아니라 우주산업 역시 김 대표가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다. 최근 NXC는 미국 민간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16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쪽에서는 김 대표의 다양한 신사업 추진에 대해 재매각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앞서 매각할 때에는 신규 게임이 실패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실적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게임 시장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김 대표의 행보에 재계 관심이 집중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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