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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인권위도 “박원순 성희롱”, 이젠 ‘소모적 논란’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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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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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4일 피해자에 대한 서울시 비서실 전직 직원의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과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만큼, 이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피해자 쪽이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해 6개월 가까이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핵심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여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이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과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서실 직원들의 방조·묵인에 대해서는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면서도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을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인권위가 서울시에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와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유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희롱 문제를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에서 ‘고용 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거부 의사 표시’ 여부가 아니라 ‘권력관계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인식 전환 없이는 권력형 성비위 사건은 계속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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