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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유레카] Z세대의 이별노래 / 김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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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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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말 그대로 ‘혜성같이’ 나타난 노래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배우 겸 가수인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8일 발표한 <드라이버스 라이선스(운전면허)>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각종 기록을 깨더니 영국과 미국 빌보드의 싱글차트 1위로 직행했다. 신인가수의 데뷔곡이 빌보드 1위로 데뷔하는 건 유례가 드물다. 게다가 로드리고는 2003년생으로 올해 17살. 15살 때 텔레비전 드라마로 데뷔해 하이틴 스타를 여럿 배출한 디즈니 채널의 <하이스쿨 뮤지컬> 등에 출연했다.

이 곡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요인 중 하나는 로드리고가 직접 쓴 요즘 십대 취향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다. 운전면허를 갓 딴 ‘나’가 헤어진 남자친구 동네를 운전하며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데 <하이스쿨 뮤지컬>에 같이 출연하며 사귀었던 조슈아 바셋을 ‘저격’했다는 뒷얘기로 관심을 모았다. 노랫말 중 ‘너는 내가 늘 의심하던 그 금발 여자애랑 같이 있겠지/ 걔는 나보다 엄청 늙었어’라는 부분이 ‘양다리’를 걸쳤던 조슈아 바셋과, 바셋이 로드리고와 헤어진 뒤 사귄 사브리나 카펜터를 저격하는 것이라고 팬들이 해석한 것이다. 카펜터의 나이는 로드리고보다 4살 많은 21살.

로드리고는 이런 반응에 대꾸하지 않았지만 바셋이 나서 15일 <라이(거짓말), 라이, 라이>를 발표하며 이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바셋은 ‘너 내 이야기 떠벌리고 다니면서 내 이름을 깔아뭉겠지/ 아직도 날 못 잊나본데/ 늘 거짓말하는 네 모습 이제 지긋지긋해’라며 더 직설적으로 노래 내내 상대방을 비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2일에는 카펜터까지 가세해 신곡 <스킨>을 내놨다. ‘네가 쓴 ’금발’이라는 단어, 그냥 라임이겠지/ 내가 이별에 아팠으면 좋겠지/ 아니, 나는 행복하고 너는 그게 싫을 뿐’이라며 로드리고의 노랫말을 고스란히 받아쳤다.

오래전부터 이별은 대중음악의 가장 흔한 테마다. 유명가수의 경우 에두른 노랫말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팬들이 유추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자신의 방으로 생각하면서 자란 Z세대(대략 1996~2010년생)는 직설적으로 말하고 망설임 없이 퍼뜨리는 게 자연스럽다. Z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부상할수록 숨가쁜 직설의 언어들이 문화의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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