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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붙이고 1분 만에 "당신 마약했죠?"…땀 속 마약 찾는 기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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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실시간 고감도 센서 개발 성공
몸에 붙여두면 땀에서 약물 존재 즉시 확인
검사시간 단축· 대규모 도핑테스트도 활용 가능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 등 유명인을 포함한 마약 유통과 복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마약 판매 통로로 활용돼 미국 등에서는 금지약물 검출 기술 고도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닌 국내에서도 밴드처럼 붙이기만 하면 몸에서 발생하는 땀 속 약물을 잡아내는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감지기(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고가의 장비나 전문적인 검사자 없이도 1분 이내로 실시간 약물 식별이 가능해 공공기관에 도입된다면 검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은 약물의 광 신호를 증폭시키는 나노소재를 활용해 금지약물을 검출하는 웨어러블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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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료연구원 연구진이 패치 형태의 약물 검출 웨어러블 센서를 자신의 팔에 부착한 모습. 한국재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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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마약 검출은 모발, 혈액, 소변 등을 검체로 활용한다. 검체에서 약물을 추출하고 혼합물 분리, 분자량 측정 등 복잡한 분석 절차를 거쳐야 해 검사 기간이 길고 실험실 단위의 장비가 필요하다. 빠르게 소변 내 마약을 검출하는 키트도 있지만, 단일 검사만 가능해 한 가지 성분만 검출 가능한 한계가 있다.

운동선수 도핑테스트도 혈액과 소변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혈액 채취가 운동 경기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기피되는 편이고, 소변은 검사자가 선수의 배뇨과정을 지켜봐야 해 인권문제 발생 소지도 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는 참가자 전수조사가 어려운 단점도 존재한다.

이에 연구진은 '땀'에 주목했다. 땀은 인권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복용한 다양한 약물은 땀을 통해 배출된다. 배출량이 워낙 적은 점이 한계였는데, 연구진은 화학물질의 라만 신호를 증폭시키는 표면증강라만산란기술을 활용해 고감도 센서를 개발했다. 라만산란신호에는 분자의 고유한 신호가 담겨있고 이를 10의 10승배 이상 증폭시켜 직관적으로 성분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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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피부에 부착된 광센서를 통한 실시간 약물 검출 원리. 한국재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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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을 유연한 소재인 누에고치 단백질로 만든 160나노미터(nmㆍ1nm=10억분의 1m) 두께 필름에 적용했다. 이 필름이 라만신호를 증폭시킨다. 피부에 부착해 두면 배출되는 땀을 흡수해 실시간으로 약물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마약이 불법인 국내에서 검출 기술은 공공성이 높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한다면 생산 가능한 제조사를 찾아 기술이전과 실제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생산가격은 개당 500원 이하라 대형 운동경기 시즌 전수조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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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검출 웨어러블 센서 개발에 성공한 한국재료연구원 박성규(왼쪽부터) 책임연구원, 고은혜 박사과정생, 김동호 책임연구원, 정호상 선임연구원, 이원철 선임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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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책임자인 정호상 선임연구원은 "버닝썬 사태 이후 마약 검출 기술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는데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장에서 마약 및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판단하는데 존재했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땀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미국에도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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