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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2차 가해’ 대책 빠진 이낙연 대표의 두번째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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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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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5일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7월에 이은 두번째 사과다. 첫번째 사과 때는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이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이번엔 “피해자”라고 호칭했다. 이 대표는 또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권위가 서울시,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게 보낸 제도 개선 권고 역시 존중하겠다. 관계기관과 협의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 구조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뒤늦게나마 피해자 호칭을 바로잡고, 2차 피해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당장 현실에서 2차 피해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이 담기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피해자는 지속적인 2차 피해에 시달려왔다. 최근엔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의 신승목 대표가 피해자를 ‘무고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신 대표는 “박 전 시장을 죽음으로 내몬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중형의 실형을 선고받게 하는 등 모두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박 전 시장까지 욕되게 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다. 피해자의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에게도 인신공격이 끊임없이 가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는 등 그동안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민주당도 2차 피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진정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 이제라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당원과 지지층을 대상으로 어떤 행위가 2차 가해에 해당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은 물론, 더 이상의 2차 가해 행위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대표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권력형 성범죄 관련법을 고쳐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윤리감찰단 등을 통해 당내 성비위 문제를 철저히 감시하고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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