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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설왕설래] 삼성의 미국 투자 30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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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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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구세주’는 무엇일까. 기업이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기업이 투자한 곳에는 젖과 꿀이 흐른다. 일자리와 소득이 만들어지고 거둘 세금도 절로 샘솟는다. 그뿐 아니다. 사회간접자본(SOC)과 교육시설도 덩달아 발전한다.

25년 전, 영국 북부의 조용한 도시 윈야드.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평생 한번 보기 힘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그곳에 갔기 때문이다. 왜 갔을까. 삼성전자 복합단지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전자레인지·TV·팩시밀리를 만드는 공장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바로 기업의 투자가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땅을 거저 주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구세주를 맞는 예였을까.

미국의 주요 언론이 삼성의 미국 투자 소식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삼성전자가 17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한다.” 블룸버그통신, “삼성전자가 1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텍사스 오스틴공장에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한다.” 두 투자액을 합치면 270억달러. 약 30조원이다.

왜 투자하는 걸까. 빤한 답을 하자면 두 가지 이유에서다. 그곳에는 큰 시장이 있고, 4차 산업혁명이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반문을 할지 모른다. “반도체 운송비가 얼마나 비싸기에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미국에 따로 공장을 짓느냐”고. 무거운 세금에 준조세까지 중과하는 나라. 경제자유구역에 생산법인을 설립하려면 100개 넘는 관공서 도장을 받아야 하고, 규제 3법에 징벌 3법까지 만든 나라. 발 한번 헛디디면 큰 죄를 짓지 않아도 기업인은 감방에 간다. 미국에 투자하겠는가, 한국에 투자하겠는가.

삼성전자의 국내·해외 매출 비중은 약 2대 8. 언제까지 이익을 한국본부로 모으고, 세금을 한국정부에만 낼까. 다른 기업은 또 어떨까. 2016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에서 연 IT서밋. 미국 IT 거물 14명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초청했다. 왜 하필 이 부회장을 초청했을까. “미국기업이 되어 주기를 원했던 것”이라고도 한다.

삼성의 미국 투자 30조원. 새로운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가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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