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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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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작심비판 "文외교, 사람·절차·정책 없는 트럼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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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전 장관, 작심 비판 인터뷰

"바이든, 실속없는 북미회담 않을 것"

"문재인 정부, 급할수록 돌아가야"

중앙일보

한승주 전 외무장관이 27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 전 장관은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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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외교가 있는가.”

한승주(81) 전 외무부 장관이 현재 한국에 던지는 화두다. 한국 외교의 원로인 그가 28일 자로 출간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그가 직접 단 제목이다. 한 전 장관은 2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외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3무(無) 외교’와 닮았다”며 “외교의 부재(不在)를 설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책을 냈다”고 말했다. “평생의 마지막 책이라고 생각하고 썼다”고 했다.

‘3무 외교’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2019년 1월 28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따왔다. 당시 블링컨은 “트럼프 외교엔 사람도 절차도 정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 전 장관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한국 외교엔 사람ㆍ절차ㆍ정책은 없는데 코드는 있으니 ‘3무1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익을 위한 외교에선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게 중요한데 우리 외교에선 감정 또는 (국내) 정치가 앞서니 바로 다음 수도 안 보인다”며 “대북 관계 개선이라는 우선적 목표 때문에 다른 주요 정책이며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27일 통화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한 전 장관의 판단이다. 동맹국 미국의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과 통화 이전에, 미국과 긴장 관계인 중국 지도자와 통화를 먼저 함으로써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서다. 그는 “외교에선 상징성이 핵심인데, 꼭 (시 주석과 통화를) 먼저 해야 했느냐는 질문이 생긴다”며 “정상적이고 센스가 있는 정부라면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큰 의미가 없이 생각이 못 미쳐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만약 의도를 갖고 그랬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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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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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장관의 비판은 현 정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 대한 비판도 숨기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말 독도 깜짝 방문과, 일왕에 대해 방한과 관련해 사과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을 지적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Q : 바이든 시대 한ㆍ미 관계 전략에 대한 조언은.

A :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ㆍ미동맹이 애초부터 양국 모두에 필요하고 유리해서 맺어진 동맹이라는 점을 이해 못 했다. 바이든 정부는 다르다. 블링컨 국무장관부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모두 한국을 잘 알고 한반도 문제를 다룬 경험도 풍부하다. 한ㆍ미 관계의 건전한 발전에 좋은 기회가 왔다. 다만 한국이 남북 관계에 치중하여 한ㆍ미 관계를 소홀히 한다면 역으로 더 소원해질 수 있다. 임기 말이 되어가니 급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급함을 그대로 표출할 경우 따르는 문제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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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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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외교부 수장을 맡게 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조언한다면.

A : “내가 장관 때 국장을 했던 분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박식하다. 임기 말 외교 마무리를 잘 지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외교부에서의 경험이 통상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경험이 많은 분이니 앞으로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Q :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한 평가는.

A : “모든 부처가 그렇지만 특히 외교부의 존재감은 첫째는 청와대, 즉 대통령이 얼마나 큰 재량을 주는가, 그리고 둘째는 외교부 스스로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다. 나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행운이었다. 외교부 경력이 별로 없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내게 힘을 실어줬다. 강 장관의 경우는 두 가지 요인 모두에서 불리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어가 유창하니) 외국과의 소통은 훌륭했으나, 강 장관이 처한 환경에선 아마 누가 장관을 했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강 장관이 존재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편안한 부분이 있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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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전 장관이 펴낸 책 표지. [올림 출판사 제공]




Q : 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싱가포르 (북ㆍ미)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A :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실속 없는 북ㆍ미 회담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를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식의 정상회담을 의미했다면, 현실성 없는 메시지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한다면, (비핵화 등) 실무회담을 위주로 하는 다자회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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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2016년 방한 당시 순두부를 맛보고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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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현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평가는.

A : “북한은 현재 팬데믹과 경제 파탄, 국제 제재의 3재(災)로 당분간은 현상유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운전자론’은 애초에 작명이 적절치 않았다. 다만 앞으로 한반도 상황에서 외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Q : 한ㆍ일 관계 돌파구는 찾을 수 있을까.

A : “양국 지도자의 의지와 능력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하는 게 한ㆍ일 관계다. 한국 대통령의 집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에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일본 역시 총리 교체 등으로 어떤 의미에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시기다. 양국 지도자들이 대국적 견지에서 작은 장애를 넘고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한 전 장관은 책 출간과 관련, “상당히 오랜 기간 ‘외교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축적해온 작업”이라며 “사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근대 외교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 ‘외교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의 책은 외교의 정의부터 한국 외교의 고비를 통시적으로 다룬 학술서 성격이 강하다. 한 전 장관은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의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썼다”고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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