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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비둘기' 파월 발언에 '금리인하' 권고까지…사상 최저 기준금리, 장기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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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악재에 흔들렸지만… 파월 인플레·긴축 선그어 우려 일축
IMF "금리인하도 대안"… ‘금리인상해 집값잡자’ 힘 빠질 듯

간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에서 시장이 주목한 건 경제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었다. 조정의 빌미를 찾고 있었던 미국 증시는 급락했고, 국내 증시 역시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들의 실적부진과 '개미의 반란'에 하락으로 방향을 돌린 미국 증시에 파월 의장의 발언이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정반대로 통화정책은 여유를 얻게 됐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를 일축하고, '자산 거품'과 통화정책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면서다. 마침 국제통화기금(IMF)는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권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주가 급등을 두고 '조기 금리인상'을 거론하는 일부 주장이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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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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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등하고, 코스피는 급락

미 연준은 간밤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금리를 기존 연 0.00~0.25%로 동결했다. 연준은 "최근 몇 달 동안 경제활동과 고용의 회복 속도가 완만해졌다"며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완전 고용과 2%의 장기 물가상승률을 달성할 때까지 현재의 완화적 통화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고,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규모와 구성도 유지하겠다고 했다.

미국 증시는 보잉을 포함한 일부 기업의 실적 부진과 개인투자자의 반격에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가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급락했다. 여기에 연준의 '비관적 경제평가'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간 급등세를 거듭해왔던 만큼 조정의 계기가 될 만한 발언에 집중한 것이다. 미국 뉴욕 3대 지수는 2%대의 급락장을 연출했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는 0.47% 오른 90.60을 기록했다.

이 여파는 국내 금융시장으로도 이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중 10원 넘게 급등해 1110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코스피는 1% 넘게 급락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주가가 전날 급락하면서 전반적인 위험기피 심리가 형성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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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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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긴축' 우려 일축한 파월… 韓경제 미칠 여파는

시장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다분히 완화적이었다. 파월 의장은 "경제에 부담이 될만한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테이퍼링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발언을 통해 그간 시장에서의 우려를 일축했다.

특히 자산가격 상승과 저금리와의 연관성에도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저금리와 자산가격간 연관성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긴밀하지 않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우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연준은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고 현 수준의 자산매입을 지속하는데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어졌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조기 테이퍼링에 대해 일축하면서 연준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씻어버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날 한은의 추가적인 조치를 언급한 것도 방향성이 동일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Andreas Bauer) IMF 한국 미션단장 겸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한은에 "추가적인 조치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기준금리 인하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반면 부동산 가격 급등을 제어하기 위해 조기에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최근에는 주식시장까지 들썩이면서 이를 저금리와 연관짓는 주장들이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집값이 오른 것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늘어난 탓이라며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금리인상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통화정책 변화를 감지할만한 시그널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좀 여유가 생겼다"며 "IMF가 말했듯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만한 여지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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