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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데스크라인]다시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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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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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칩거' 수준의 생활을 하던 중학생 아들이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거실 책장을 기웃거린다. 학교, 학원에도 가지 않고 친구들과 만나기도 어려우니 마땅히 할 게 없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것도 이제 눈치가 보이나 보다.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이런 책이 있었네” 하면서 책 한 권을 꺼내 든다. 제목은 '플레이'.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2015년 발간 책이다. 10대 청소년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게임'이라는 키워드와 낯익은 회사 이름이 눈에 들어와 고른 듯하다.

플레이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넥슨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어떻게 넥슨이라는 기업을 시작했고, 어떻게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게임 기업으로 성장시켰는지를 다뤘다.

기업 이야기치고는 딱딱하지 않은 편이지만 중학생이 관심 둘 만한 내용은 아니다 싶었는데 의외로 300쪽이 넘는 책을 틈틈이 읽어 갔다. 아마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 진학한 김정주가 훗날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네이버 GIO)과 룸메이트였고, '절친'(절친한 친구)인 송재경이 '리니지' 개발의 주역이었다는 사실 등이 신기해 보인 모양이다. 지금은 NC다이노스 구단주와 '택진이형'으로 친숙한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도 언급된다.

6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오랜만에 궁금증이 일어서 나도 한번 훑었다. 당시 한 다리, 두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인 이들이 우리나라 인터넷·게임 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인물로 성장한 것이 지금 봐도 이채롭다.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업하며 각자의 길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넥슨을 포함해 당시 벤처기업 대부분은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학교 친구 또는 같은 직장 출신 동료들과 함께 밤샘을 반복하며 꿈을 키워 갔다. 일반인에게 '벤처'라는 개념도 생소한 시절에 무슨 배짱으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오피스텔 구석방의 신화는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역사로 이어졌다.

물론 이들이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김정주는 진경준 전 검사장과의 논란 속에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해진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뉴스 재배치 청탁 문제와 관련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상생, 윤리 등 사회적 책임과 이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중간중간 시행착오와 실수를 피할 순 없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인터넷·게임 산업의 발전은 지속됐다. 새로운 기회를 열며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갔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축적된 이들 산업 역량의 힘이 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작지만 원대한 창업 시도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실패하고 포기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성장해서 대한민국 ICT 신화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것이다.

2021년,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걱정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새로운 성공 스토리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이호준 ICT융합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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