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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필동정담] Big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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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권력은 늘 '영원'을 꿈꾼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권력이 아니다. 맬컴 엑스의 말대로 '권력은 절대 뒷걸음치지 않는다'.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건 힘의 증대다. 힘의 증대란 곧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다. 행정조직은 물론이고 군·사법·교육을 하나하나 장악해 간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쇠퇴하는 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자유다. 로널드 레이건은 "권력의 집중은 항상 자유의 적"이라고 일갈했다. 권력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자유의 억압을 낳는다는 의미다. 비대해진 권력은 반대자들의 입을 틀어막아야 영속할 수 있다. 반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 대상이 된다.

회사를 갓 창업한 사람들은 늘 '성공'을 꿈꾼다. 그들에게 성공이란 회사를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아마존·구글이 그랬고 페이스북·트위터 역시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모두 굴지의 대기업이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이들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세상은 이들을 '빅테크'라 부르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현직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 계정을 퇴출시켰다. 트럼프가 폭력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검열의 칼'을 들이댔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위터를 떠나 대안 SNS를 찾아갔다. 그러자 빅테크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에서 해당 SNS 앱을 삭제해 다운로드를 받지 못하게 했다. 반대자들의 언로를 차단한 것이다. 어느새 이들에게서 권력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트럼프와 늘 대척점에 서 있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조차 이 같은 빅테크 행보를 비판했다.

물론 큰 것이라고 다 위협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큰 것의 권력은 아주 쉽게 남용돼 타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때문에 무언가로 힘이 집중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이 욕심으로 변질되는 순간, 비극이 탄생한다. 꿈은 절제할 줄 알지만 욕심은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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