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때 “온몸으로 재판 독립 수호” 다짐
초유의 판사 탄핵 시도에 침묵으로 일관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그 직후에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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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4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의석이 170석을 넘으니 재적 의원(300명) 과반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장·대법관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된 적은 있으나(두 건 모두 부결) 일반 판사에 대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판사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거나 중대한 결격 사유가 생겨 재임용에서 탈락하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재임용 심사는 10년마다 이뤄지니 금고 이상 형을 받지는 않았으나 중대한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판사에게 계속 재판을 맡겨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완적 조처로 마련해 놓은 게 탄핵제도다. 사법부 독립 보장이라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의회의 사법부 통제 수단으로 설계된 게 아니다.
한국 정치 세력이 법원에 불만을 품은 경우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일반 법관 탄핵안 발의에까지 이른 적은 없었다. 공격 대상 판사에게 명백한 결격사유가 있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적이 없었고, 의원들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다. 사법부 존중과 삼권분립 확립이 공동체 규범으로 인정됐다.
임 부장판사는 후배 법관에게 판결문에 특정 내용을 넣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드러나 기소(직권남용 혐의)됐다. 그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재판장이 이를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 행위가 실제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판결문 초고가 작성된 상태였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과연 임 부장판사는 탄핵당할 만한 일을 했는가.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다. 무리라는 쪽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저의를 의심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효화 결정,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죄 판결, 정경심 교수 법정구속,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징역형(집행유예) 판결이 잇따라 나오자 판사들을 겁박하려는 것으로 본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묻는다. 임 부장판사 탄핵에 동의하는가. 김 대법원장은 취임 때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시무식 때도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의 공격에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상 초유의 일반 법관 탄핵 시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침묵을 ‘사법부 독립 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아니라면 왜 일언반구도 없는가. 이 혼란을 방관하는 사법부 수장을 국민은, 판사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김 대법원장이 자리에 걸맞은 행동으로 존재 의의를 각인시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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