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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사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겁박용 판사 탄핵의 공범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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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소추가 발의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작년 5월 법원행정처에 사표를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했더니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받을 수 있다”며 사표 수리를 안 해줬다고 했다. 앞서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임 판사가 “대법원이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기에 부득이 사실 확인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다”며 즉각 반박했다. 김 대법원장과 임 판사는 서로 같은 대화를 나눈 뒤 정반대로 말하고 있지만 김 대법원장의 태도가 이상하다. 기자의 취재에 명백히 부인하지 않았고, 이날 부인 발표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왔다. 그 발표도 공보관이 기자 질문에 개별 응대하는 방식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정사상 최초인 일선 판사 탄핵이 임 판사를 표적 삼아 진행되고 있는데도 한마디 말이 없었다. 대법원도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고 대법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도망치기에 급급하다. 대법원장이 판사 탄핵에 침묵하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탄핵 때문에 임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판사 탄핵을 문제 삼으면 자기모순에 빠진다. 대법원장은 정권이 판사 탄핵의 구실로 삼고 있는 ‘사법 농단’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통째로 넘기기도 했다.

민주당의 임 판사 탄핵은 김경수 드루킹 사건, 윤석열 징계 사건, 조국 사건 등에서 일선 법원이 잇달아 엄정한 판결을 내리자 전체 판사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것이다. 이른바 사법 농단 판결이 모두 무죄가 나고 있어 탄핵 사유 자체가 의문시되는 것, 1년이나 지나 뒤늦게 탄핵한다는 것, 임 판사가 이번 달에 퇴임하는데 억지로 탄핵하겠다는 것,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 문서도 읽어보지 않고 도장을 찍어준 것 등은 이 탄핵이 정치적이라는 명백한 정황이다. 이를 뻔히 알 대법원장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공범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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