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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게임스톱' 뜻밖의 승자 있었다…7800억원 대박난 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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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최근 미국 증시를 들썩이게 한 게임스톱 광풍은 월가 베테랑과 아마추어 투자자들의 대결로 그려졌다.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백기투항했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그러나 개미들만 승자였던 건 아니다.

머니투데이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개미들의 반란에 힘입어 엄청난 수익을 낸 헤지펀드도 있다고 소개했다.

리처드 마샬과 브라이언 고닉이 이끄는 미국 센베스트매니지먼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게임스톱을 주당 1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매수하기 시작해 지난달 400달러가 넘었을 때 팔았다. 4개월 새 남긴 수익은 7억달러(약 7800억원)에 이른다.

마샬은 "행진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이곳에서 뭔가가 끓어오른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 기막힌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사실 지난해 초부터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보유' 혹은 '매도'가 대세였다. 공매도 물량이 무겁게 실렸다. 마샬과 고닉은 멜빈캐피탈 같은 내로라하는 헤지펀드들이 비관론에 섰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마샬과 고닉은 게임스톱 경영진과 얘기를 나누고 경쟁사를 분류하고 라이언 코헨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개입을 확인한 끝에 게임스톱 주식을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10월 말 센베스트가 가진 게임스톱 지분은 5%를 넘었고 평균 매수가격은 1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마샬과 고닉은 차세대 콘솔 게임기가 출시되면 게임과 액세서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코헨의 압력으로 게임스톱이 운영 방식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꾼다면 성장 여력이 더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의 결정은 지난달 시작된 개인투자자들의 게임스톱 매수 운동이라는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무서운 기세로 폭등했다.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지분을 줄이던 샬과 고닉은 지난달 26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로 게임스톱 주식을 응원하면서 주가 상승률이 극에 치닫자 완전한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마샬은 "당시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더 미쳐갈 수 있을지를 상상하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28일 장중 한때 470달러에 육박하던 게임스톱 주가는 3일 92.41달러에 마감했다.

개미군단의 반란으로 돈을 번 헤지펀드는 또 있다. 지난해 12월 AMC엔터테인먼트에 긴급자금을 수혈했던 뉴욕 헤지펀드 머드릭캐피탈매니지먼트는 AMC 주가 폭등으로 1월에만 2억달러 수익을 올렸다. 머드릭은 보유하고 있던 AMC와 게임스톱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팔아 5000만달러를 별도로 챙겼다.

헤지펀드 플러스틱매니지먼트는 1억2000만달러 규모 주식·채권 펀드로 1월에만 20% 수익을 냈는데 상당 부분을 블랙베리와 리츠에서 얻었다. 두 주식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해 주가를 띄웠던 종목이었다.

이같은 사례는 게임스톱 광풍이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월가 베테랑을 한 방 먹인 사건으로 묘사되는 상황과 다소 다른 측면을 비춘다고 WSJ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을 번 헤지펀드들은 주가 상승 때 레버리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콜옵션으로 상당한 수익을 챙겼다고 전했다.

인터랙티브브로커그룹의 토마스 피터피 회장은 "매수 세력에 개인투자자만 있던 건 아니다. 게임스톱의 상승·하락 베팅 양쪽에서 거인 투자자들의 대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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