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6월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 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우리 인민의 격노한 정벌 열기를 담아 이미 천명한 대로 단호한 조치를 실행하였다"라고 전했다. /사진=뉴스1 |
[the300]한반도 정세의 고비인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3월)을 앞두고 북한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북미·남북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고자 연합훈련을 늦추면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강행하면 북한의 대남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
북한은 작년 5월 탈북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자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작년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 시행됐던 무렵인 8월에는 전술지대지 미사일도 발사해 한반도에 긴장감을 높였다.
우리 정부는 새롭게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한미동맹의 준비태세 모토인 '레디 투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을 재확인하면서도 남북관계에서 추가적인 관계 악화 위험은 줄인 채 훈련을 벌여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점까지 감안하면 훈련 중단보다는 축소해 진행하는 절충설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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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 기관지 "한미 연합훈련은 매국 배족 행위" 압박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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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16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제8차 당 대회 방청자들과 4·25 문화회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17일 보도했다. 당 대회 방청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김 총비서의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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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 재일동포 단체인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 발행하는 기관지 조선신보는 5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실었다. 6·15공동선언실천 일본지역위원회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 원칙을 천명한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배신이자 민족 운명을 외세의 농락물로 전락시키는 매국 배족 행위"라며 "훈련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에 이어 조선신보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경고를 외면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한데 대한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연합훈련은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지난해 상반기 훈련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취소됐다. 같은해 8월 열렸던 하반기 훈련 때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애초 계획에 비해 충분치 못한 규모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북한은 작년 8월 10일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두 발을 시험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한미 연합훈련 전망에 대한 질의를 받고 군사준비태세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한반도만큼 군사훈련이 중요한 곳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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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상황 고려해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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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2.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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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내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대북 정세관리를 위한 축소·조정론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설계자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은 한반도 상황에 여러 함의가 있기 때문에 미측과도 아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남북관계 고려 이전에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훈련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하자 정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까지 고려해서 지금 한미 군 당국 간에 긴밀하게 실시 방안에 대해 협의해가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에는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의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이같은 인식에 야권은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살해당하고 붙태워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답변이 부적절하다"고 즉각 비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좀더 유연하게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한미훈련에 대해 매번 예민하게 반응한다. (훈련 조정 문제를)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회조사국(CRS)이 "문 대통령이 최근 훈련 재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내비친 것은 미국의 정책에 어긋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과도하게 북한을 의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한미관계에 갈등이 생기는 반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방어적' '연례적' 훈련이란 용어를 쓰며 원칙상 재개론을 고수해 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연합지휘소 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에 대해선 한미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은 '아산 국제정세전망 2021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협상 주도권을 위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 1월과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3월 사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통해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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