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수업 듣는다니 제지 어려워" 토로]
교육 현장에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둘러싼 학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원격수업을 받다 유해 콘텐츠 링크를 클릭하거나 수업이 끝난 뒤에도 유튜브를 시청하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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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듣는 줄 알았는데, 유튜브 보고 있어..."알고리즘 따라가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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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가정에서 초등학생이 원격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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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거주 중인 신경아씨(45)는 최근 자녀 방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아이가 수업을 듣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해외 동물학대 영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아이에게) 대체 어떻게 그런 영상을 보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보내준 유튜브 링크에서 이것저것 클릭하다 보게 됐다고 하더라"며 "수업시간 동안 옆에 붙어서 감시를 할 수도 없고 불안하다”고 했다.
경기도 평택에 초등생 두 자녀를 둔 김모씨(43) 역시 최근 아이의 태블릿PC 시청기록에서 게임 영상을 확인했다. 김씨는 “영상을 봐보니 욕설과 성차별적인 언행, 폭력적인 장면들이 있었다”며 “유튜브가 알고리즘으로 인기 영상 등을 띄우다보니 아이가 보게 된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난달 10일 구리여성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원격수업 기간 아동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유해 콘텐츠를 시청한 아이들 중 ‘e학습터 또는 선생님이 올려주신 링크로 접속했다가 연결됐다’고 답한 비율은 39.7%나 됐다. 교사가 그럴 의도가 없었더라도 연관 동영상에 유해 콘텐츠가 뜨면서 보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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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초등생들 디지털 기기 중독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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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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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인터넷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씨는 “수업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아이가 방에서 나오지 않아 들어가보니 아프리카TV에 접속해 먹방을 보고 있더라”며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해 잔소리를 몇 번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6~7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 학생 43만8416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을 조사한 결과 6만5774명(15%)이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는 전년(5만6344명)대비 16.7%나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아이들을 단속하는 건 쉽지 않다. 일주일에 1~2일을 제외하곤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는데다 수업자료가 동영상 링크 등으로 공유돼서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0년 2학기 원격수업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 원격수업에 활용되는 교육자료의 19.2%는 유튜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교육 당국 차원에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보람씨(34)는 "처음 겪는 상황에 교사들도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야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며 “학습 관련 자료들이 유튜브에 많다보니 일단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는데, 대안이 필요하다 느낀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 차원에서 교과서와 연관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수업과 관련이 없는 링크로는 접속이 불가능한 사이트 등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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