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첫번째 탄핵 심판 결과 무죄라는 소식이 담긴 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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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두번째 탄핵재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13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진행된 탄핵심판 표결 결과 유죄 의견에 57명, 무죄 의견에 43명이 표를 던졌다. 공화당에선 밋 롬니 의원 등 7명이 유죄에 투표했으나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17표에 미치지 못했다. 탄핵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임기중이던 지난해 2월에도 탄핵심판에 회부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폭동에 책임이 있느냐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회에서 “대선 결과는 사기”라고 주장하고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인준하게 될 의회를 가리키며 지지자들에게 “지옥처럼 싸우라”고 말했다. 집회 이후 지지자들은 의사당을 습격했고 이 사건으로 의회 업무가 중단됐으며 경찰관 한 명을 포함해 4명이 숨졌다. 탄핵안 심사 과정에서 경찰관 두 명이 폭동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도 공개됐다. 폭동 직후엔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미 임기가 끝났다”는 논리에 기대 ‘트럼프 지키기’에 동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후 성명을 통해 “미 역사상 최악의 마녀 재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우리의 역사적이고 애국적이며 아름다운 운동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수개월간 여러분과 공유할 게 많다. 우리의 믿을 수 없는 여정을 함께 지속할 것을 고대한다”고 밝혀,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공화당 1인자로 불리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은 탄핵재판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질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의사당 폭동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다소 이례적인 매코널의 입장발표를 전하며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진 트럼프가 향후 공화당에 미칠 영향에 선을 긋기 위한 행보로 풀이했다. 매코널은 이날 탄핵 심판에선 ‘무죄’에 표결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은 “하원에서 통과된 트럼프 탄핵안이 상원에 송부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것이 매코널”이라며 그를 비판했다. 매코널 의원이 이런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판결을 통해 공화당 내분이 더 깊어지는 것을 피하고, ‘트럼프 시대’의 페이지를 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1인자’로 통하는 매코널이 나서 트럼프 효과를 차단하려 애쓸만큼, 당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탄핵 투표 때 유죄에 표를 던진 7명(리처드 버, 빌 캐시, 수잔 콜린스, 리사 머코우스키, 벤 새스, 밋 롬니, 팻 투미 의원) 중 당장 내년 중간선거에 부담을 느낄 의원은 머코우스키뿐이다. 다른 의원들은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할 때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해 이미 ‘복수’를 선언했다. 각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날 경우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압력을 행사하고,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곧 수사를 받게 된다”며 “민주주의 대선결과가 사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한 공화당도 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정치적 영향력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평화적 정권 이양을 심각하게 위협한 첫번째 대통령으로서 그의 입지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탄핵 무죄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당의 분열 양상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N의 정치분석가 해리 엔튼은 “트럼프가 이 탄핵재판에서 배운 유일한 교훈은 그가 여전히 공화당을 통제한다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다음 대선 후보이고, 공화당은 트럼프를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많은 평론가들이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때문에 트럼프가 두려워 탄핵안을 지지하겠다고 보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50명 중 최소 34명은 내년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두려워서가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의원들이 트럼프이 정책을 지지하거나 그가 탄핵당할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이 슬픈 장(챕터)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상기시켜줬다”며 “민주주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 다음 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사람은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14조3항을 동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금지를 놓고 표결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과 별개로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한 뉴욕 검찰 수사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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