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퇴직한 뒤 협력업체 기술지도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권덕환 씨(가운데)가 협력업체 직원에게 기술 자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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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블록 용접 작업을 하는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 다온산업은 신규 직원 교육을 현대중공업 출신의 베테랑 기술자 권덕환 씨(64)에게 맡긴다. 권씨는 36년간 현대중공업 생산 현장에서 일하다 2017년 정년퇴직했다. 갓 입사한 초보 기술자들은 용접 기술의 세밀함이 떨어지고, 설계도 읽는 능력이 미숙해 권씨는 일대일 방식으로 이들을 지도한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권씨의 지원으로 신규 직원을 교육하는 부담 없이 생산 효율성과 안전에 집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최인석 다온산업 대표(55)는 "직원들이 작업 시작 전 도면 읽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블록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기술력 향상으로 작업 손실도 줄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우리 기술이 조선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숙련공의 기술 노하우가 계속 이어져 한국 조선업 부활에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 경력을 모두 합하면 900년이 넘는 산업 역군들이 조선업 부활 선봉장으로 나섰다. 잇단 선박 수주로 조선업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처음 도입한 '협력업체 기술자문제도'가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현대중공업에서 퇴직한 경력 30년 이상 숙련 기술자들로 구성된 기술지도사원이 기능 인재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를 직접 찾아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술 자문 제도다. 회사가 퇴직한 직원을 채용해 임금을 주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부담이 없다.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7곳, 사외 협력업체 2곳 등 모두 9개 업체가 이 제도를 활용했다. 선체 블록을 제작하는 협력업체 세진중공업의 경우 용접 전문 기술지도사원이 상주하면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탱크 선박 제작 기술을 전수했다. 선박에 들어가는 파이프를 제작하는 진명기업과 (주)하바드는 기술지도사원 도움으로 제품 납기 준수율을 100%까지 높일 수 있었다. 선박용 전자장비와 케이블 설치 업체 동율테크, 선박 도장 업체 현성기업은 기술 자문을 받은 후 근로자 평균 생산량이 각각 23.2%, 33.3% 늘었다.
현대중공업은 기술자문제도가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품질 개선, 기능 인력 양성, 작업 방법 개선 등에 실제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하고, 제도 시행 2년 차를 맞아 대한민국 명장을 투입하는 등 제도 강화에 나섰다. 올해는 47년 경력의 공장 효율화 전문가이면서 2011년 기계 분야 대한민국 명장인 김병희 씨 등 최고 수준 기술자를 충원해 기술지도사원을 기존 20명에서 25명으로 확대했다. 이들의 경력은 평균 36년, 모두 합하면 900년이 넘는다. 지원 대상 협력사는 지난해 9곳에서 올해는 2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울산 지역 퇴직자들이 기업에 기술 전수와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산업 예비군' 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만들어진 '돌아온 공장장들의 모임'(현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이 대표적이다. 전직 공장장들이 만든 이 모임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찾아 노하우를 전수하고, 청소년에게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상운 현대중공업 동반성장기술부 부장은 "기술자문제도를 통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원·하도급 동반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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