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교육청, 취소 위법”
남은 6개교 판결도 영향 줄 듯
시교육청 “유감…항소할 것”
‘헌법소원’ 법적분쟁 더 남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나왔다. 자사고 지정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자사고뿐 아니라 외고·국제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전환을 추진 중인 교육당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일부 자사고와 외고가 일반고 전환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이라 이를 둘러싼 법적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18일 배재학당(배재고)과 일주세화학원(세화고)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배재고와 세화고에 대한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2019년 지정취소된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속·한대부속 등 서울 지역 자사고 8곳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1년 반 만에 첫번째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소송의 쟁점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과 지표를 변경한 사실이 학교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했는지, 교육청의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하는지 등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실시하면서 2014년과 달리 ‘교육청 감사지적 사례’에 대한 감점 한도를 3점에서 12점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변경사항은 평가 시작 약 4개월 전에 각 학교에 알렸다. 재지정 평가는 5년 단위로 실시한다.
자사고들은 “평가 직전에 학교에 불리하게 기준이 변경됐다”고 주장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운영성과 평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반박해왔다.
재판부는 자사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평가지표의 신설·변경은 처분 기준에 중대한 차이를 가져오는 변화”라며 “평가지표에 따른 운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그 기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고 변경 내용이 사전에 고지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학교가 받은 점수가 각각 65점, 67.5점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지표 변경이 커트라인(70점)을 넘기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제고·세화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다음달 23일 숭문고·신일고 등 다른 6개 자사고의 1심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들 자사고는 지정취소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내 법원이 모두 받아들인 바 있다. 부산시교육청도 자사고 재지정 과정에서 도중에 바꾼 기준을 평가기간 전체에 걸쳐 적용한 점이 문제가 돼 해운대고와의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판결에 강력한 유감과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줄줄이 자사고 손을 들어주면서 자사고 지위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사고가 전부 승소하더라도 교육부의 고교체제개편 정책에 따라 2025년 일반고로의 일괄전환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자사고 및 국제고 24개 학교가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자사고 존폐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달린 것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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