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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기고] ‘임성근 탄핵심판’에 대한 법조인들의 잘못된 시각 / 민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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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경한 ㅣ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임성근 부장판사(임 부장)의 재판개입 행위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다. 임 부장의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녹취록 공개로 탄핵 사유보다 녹취록 내용만 부각되어 탄핵소추의 본말이 전도되었다. 대법원장의 사표 수리와 탄핵 관련 발언, 거짓 해명은 비판받아 마땅하나 본질은 탄핵소추 절차와 사유의 정당성 여부일 것이다.

임 부장의 연수원 동기들(17기)이 집단으로 성명을 내고, 변호사 150명이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탄핵심판 대리인이 되었다고 한다. 성명서는 탄핵소추의 실체는 사법부 길들이기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직권남용이며,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고 했다. 임 부장의 탄핵소추가 사법부 길들이기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인지 탄핵소추 혐의사실을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임 부장은 판결 선고 전에 담당 재판장으로부터 판결문 초안을 받아 판결 내용을 ‘비방목적이 없을 뿐이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바꿀 것을 요구하였다. 심지어는 담당 재판장에게 재판 도중에 법정에서 세월호 7시간 기사의 허위성을 선언하라고 부당하게 요구하고, 선고기일에 박근혜 정부의 선처 내용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질책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하여 재판 진행과 판결문 작성에까지 개입했다.

둘째,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의 형사사건에서 이미 판결 원본에 의한 선고가 끝났음에도 판결문 원본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사후적으로 수정하도록 요구하였다.

셋째, 유명 야구선수들 원정도박 사건에서 이미 공판절차 회부로 종국 보고까지 되었음에도 공판절차 회부를 철회하고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재판에 위법하게 관여하였다. 위 세가지 사실은 2020년 2월14일 선고된 1심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인정되었다.

임 부장은 형사수석 부장판사 지위를 이용해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판결문까지 수정하게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하여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 재판독립의 원칙, 형사소송법 등 다수의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하였다. 임 부장의 직권남용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해당 판결문에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여섯차례나 명기되었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이므로 탄핵소추 대상이라고 의결하였고, 여러 시민단체에서 몇년 전부터 임 부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판사들의 탄핵소추를 요구하였으나 국회에서 지금까지 직무를 유기하였다.

재판독립은 권력이나 외부로부터의 독립은 물론이고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도 당연히 포함된다(헌법 103조). 대통령·법관 등 고위공무원들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헌법 65조) 법관의 탄핵소추는 국회의 헌법상 권한이다.

임 부장이 주재하는 구체적 사건의 재판 진행이나 판결 결과를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였다면 사법부 길들이기나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탄핵소추는 임 부장이 주재한 구체적 사건에 관한 재판이나 판결 결과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고 임 부장이 다른 판사가 심리하는 3건의 사건에 대한 명백한 재판개입 행위를 이유로 한 것으로서 사법부 길들이기, 사법부 독립 침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재판개입 행위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는 임 부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대법원장은 법원의 수장으로서 부장판사가 위헌적 행위를 했어도 사표를 수리해 판사를 보호해주어야 하는가? 국회가 헌법상의 권한으로 임 부장의 3건의 재판개입 행위를 명백한 헌법 위반행위로 보고 탄핵소추한 것이 어떻게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를 위배한 것인가? 법조인들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리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데 이렇게 곡해하는 것은 확증편향과 집단이기주의 발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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