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가상화폐 관련 범죄는 형법으로 기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유권해석할 경우 법적 논란 소지 있어
암호화폐 관련 위법자, 빠져나갈 허점 존재···구체적 법령 명시해야
3월 25일 이후 위법 행위에 대해서만 신고 불수리···형평성에 어긋난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던 A씨. 전산을 조작해 실제로 보유하고 있지 않는 암호화폐를 있는 것처럼 꾸몄다. 임의로 계정을 만들어 회원들과 거래까지 진행했다. 자체 암호화폐 A토큰(가칭)도 발행했다. 그는 대량의 물량을 뒤로 빼돌렸다. 그러고 나서는 거래소에서 A토큰 가격을 띄우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빼돌린 물량을 한꺼번에 팔아 치웠다. A토큰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A토큰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투자자들은 A씨를 고소했다.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 사전자기록위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8년 2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2월 그는 다시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려고 준비 중이다. 내달 25일 시행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이용및보고에관한법률(특금법)에 따르면 그의 이러한 이력은 신고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정의 상황이지만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일이다. 금융 당국이 내달 25일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대표자 및 임원을 포함한 사업자는 금융관계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가 법인의 대표자 및 임원으로 있을 경우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한다.
그간 가상화폐 관련 범죄는 형법으로 기소…FIU가 유권해석할 경우 법적 논란 소지 있어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전자기록위작 등도 포함이 돼 있다”며 “이 때문에 (과거 범죄 이력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자기록위작 등에 대해 사법 처리를 받은 대표나 임원이 있다면 신고 접수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임원규 법무법인 선린 변호사는 “만약 특금법 상 열거된 법률 외에 다른 위법 행위와 관련해 FIU가 유권해석으로 신고불수리를 했을 경우 행정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판사도 FIU가 아닌 사업자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에서 예측 가능성을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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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관련 위법자, 빠져나갈 허점 존재···구체적 법령 명시해야
그는 구체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금법 시행령은 과거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금융관련법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법”이라며 “암호화폐와 관련해 특경법, 사전자기록위작 등으로 처벌을 받은 자 등 법에 관련 조항을 확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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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이후 위법 행위에 대해서만 신고 불수리···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는 “범죄 시점이 입법 시행 이전일 경우, 범죄가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 감독 차원에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 불수리 요건은 아니다. 그는 “과거의 이력에 대해 관리 차원에서 서류를 갖고 있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부칙을 포함해 특금법 시행령을 면밀히 살펴봤지만 법 시행 이후 처벌된 경우만 불수리하라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신고 수리는 FIU 재량이므로 FIU가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이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일명 P2P법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법 제정 전 처벌이 있는 경우에도 임원 자격이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특금법에서만 다르게 해석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도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 과거의 위법행위를 특금법으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특금법의 취지는 과거 암호화폐 관련 범죄 내역을 살피고 이를 걸러내겠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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