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반발 확산…“검사 제도 근간 흔들어”
입법 구체화될 경우 총장 입장 표명 불가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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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여권에서 추진 중인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을 두고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아직 침묵을 이어가고 있지만, 입법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사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중수청 신설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위해 일선 검찰청으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이다. 아직 대검의 입장을 정리하거나, 검찰총장 명의의 반대 표명은 계획이 없지만 검찰 내에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만큼 총장 사퇴나 집단행동 카드는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수사권 조정 문제보다 훨씬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 설치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깬다는 정도고, 검찰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중수청 신설은 결과적으로 검찰을 명목적 기관으로 남기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 검사는 “중수청은 검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실제 사표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도 “사법 체계적으로도 중수청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법무부 산하에 둔다는 것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는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체 말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총장이 사표를 걸고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 현직 검사장도 “수사와 기소는 동전의 양면이지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1월부터 시행중인 수사권조정법안에 따른 실무도 현재 매우 혼란스럽고, 문제점을 파악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선의 검사들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착하는데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이것도 여당이 밀어붙여 만든 법인데, 이를 또 뒤집는다면 국민은 그야말로 사법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덧붙였다.
7월 퇴임하는 윤 총장의 잔여 임기는 불과 4개월 정도다. 사표를 던지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관측도 있지만, 2011년 김준규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 합의안 파기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한 전례가 있다. 당시 김 총장은 임기를 한 달 정도 남긴 상태였다.
여권이 추진 중인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검찰이 수사 개시하는 6대 범죄를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중수청이 생기면 검찰은 수사권이 완전 폐지되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전담하는 기관이 된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기본적 내용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도적·기능적·조직적으로 분리해 수사청의 형태로 설치해 직접 수사권이 이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중수청 설치를 두고 여권에선 ‘속도조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24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와서 ‘속도조절’을 해야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버린다”며 속도조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같은 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박범계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당부를 했다”고 말해 민주당과 청와대의 온도차를 시사했다. 민주당 개혁 특위는 ‘3월 발의, 6월 통과’를 목표로 다음 주부터 당내 의원총회 등 절차를 거쳐 중수청 설치 법안 발의에 나설 예정이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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