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모씨가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안 씨는 지난 2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에 보낸 반성문에서 "내 과오로 아이가 죽고 나서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어떠한 방법으로도 용서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을 받으면서 주변에서는 그토록 잘 보였던 이상한 점들을 나는 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며 "진심 어린 걱정들을 그저 편견이나 과도한 관심으로만 치부하고, 아내의 얘기만 듣고 감싸기에만 급급했다"고 적었다.

이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특히 사고가 나기 전날, 아이를 응급실에만 데리고 갔어도 그 소중한 생명이 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몰려온다"고 썼다.

안 씨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오해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까지 했으니 인간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했다.

안씨는 부인 장모씨와 정인이를 입양해 양육하면서 장씨의 학대·방임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고, 일부 학대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정인이 양모는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을 주장하며 외부 개입을 차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최근 양모 재판에 출석해 "정인이가 갑자기 나오지 않은 이유를 양모에게 물었는데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싫어서'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정인양에게서 학대 의심 상처를 발견한 후 아이 상태 확인을 위해 꾸준히 등원을 권고했다. 하지만 양모는 외부 편견을 이유로 들며 등교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3차 공판은 다음달 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재판에는 양모의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심리분석관과 이웃 주민 등이 등인으로 출석한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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