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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쌀값 올랐는데 ‘껌값도 안되는’ 즉석밥은 어떻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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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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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가 출시한 즉석밥 PB상품 ‘HEYROO 우리쌀밥’. BGF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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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쌀로 만든 즉석밥을 단돈 990원에.’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껌값보다 싼” 백미 즉석밥 PB(Private Brand) 상품을 출시했다. 990원이란 가격은 즉석밥 제품 중 최저가다. 최근 식품회사들이 쌀값 인상 등을 이유로 즉석밥 가격을 잇따라 올린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어떻게 껌값보다 싼 즉석밥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2일 CU는 “중간 유통비용이나 광고비 등 가격인상 요인을 최소화했고, 상품 마진율도 일반 상품 대비 절반 이하로 낮췄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은 최저가이지만 국내산 햅쌀로 만들어 상품 품질은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며 “중량도 (다른 제품과 동일한) 210g으로 성인 남성이 한 끼로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즉석밥 제조사는 충북 청주 옥산에 본사와 공장을 둔 ‘시아스’라는 중소기업으로 조미식품, 냉동밥, 냉동면 등을 생산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상품 기획부터 알뜰 상품에 대한 의견을 모아 최대한 품질은 유지하면서 저렴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 힘을 모았다”며 “제조사도 판로를 확보하고 새로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어 적극 협력해줬다”고 전했다.

이번에 출시된 CU 즉석밥의 공식 상품명은 ‘HEYROO(헤이루) 우리쌀밥’이다. 헤이루는 CU가 2016년 론칭한 자체 PB 통합브랜드다. 헤이루 우리쌀밥은 6개 묶음이 5940원에 판매된다. 낱개로는 990원으로, 기존 NB(National Brand) 상품 대비 최대 50%가량 저렴하다. ‘플러스 원(+1) 증정’ 행사가 적용된 NB 상품 가격과 비교하더라도 30% 이상 차이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 시장점유율 1위 CJ제일제당의 ‘햇반’(210g)은 편의점에서 1950원에 판매되고 있다. CU에서 취급하는 일반 껌 중 65%가 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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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가 출시한 즉석밥 PB상품 ‘HEYROO 우리쌀밥’. BGF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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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긴 장마 등으로 인한 쌀 작황 부진으로 쌀값 오름세가 지속되자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F&B 등은 즉석밥 가격을 6~11% 올렸다. 식당에선 1000원인 공깃밥 가격을 1500원으로 올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쌀(20kg) 평균 도매가는 5만7860원으로, 1년 전보다 22.8% 올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쌀값 등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1000원도 안되는 즉석밥 출시는 어찌 보면 모험일 수 있다”며 “유통사인 편의점도 코로나19로 힘든 소비자와 같이 허리띠를 졸라맨 셈”이라고 말했다. 마진을 대폭 낮춘 것은 CU가 제품 판매 실적에 집중하는 식품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1000원도 안되는 즉석밥이 노리는 것은 ‘박리다매’다. 입소문을 타는 등 이슈가 되면 점포에 더 많은 고객이 찾을 것이고, 덩달아 다른 상품 구매율도 높아져 전체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CU는 기대하고 있다.

CU가 마진을 줄이면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밥솥은 쉬어도 전자레인지는 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즉석밥을 포함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와 업계에 따르면 즉석밥 시장 규모는 2017년 3287억원, 2019년 4134억원, 지난해 4437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CU의 즉석밥 매출 성적도 보면,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매출은 9.6%로 한 자릿수였지만 지난해엔 16.8%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앞서 11번가와 홈플러스도 PB 브랜드인 ‘갓반’, ‘홈플러스 시그니처 햅쌀밥’을 각각 출시하는 등 즉석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CU는 앞으로 판매 추이와 고객 반응을 보면서 다양한 종류의 즉석밥을 선보일 계획이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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