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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월간중앙] 커버스토리 | 여권 대선 잠룡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의 거세지는 ‘복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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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 찍고 손실보상제로 간다

정부·여당 재정확장 정책에 기재부 무력화… ‘홍남기 패싱’ 지속

담뱃값·술값 인상 접은 여권, 대안으로 한은의 국채 직매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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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오른쪽) 국무총리가 1월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보고를 받고 있다. 손실보상제를 추진한 정 총리와 이를 우려한 홍 부총리 사이의 역학관계가 두 사람의 자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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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 했습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1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민주당 친문 주류의 멘탈리티를 극명하게 압축하는 문장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아니라 ‘최대 다수의 최소 박탈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사회적 약자의 상실감 치유를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에 비하면 재정건전성은 후순위다.

실제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9년 11월에도 고 의원은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미온적이었던 관료들을 향해 “이 나라가 기획재정부의 나라인가?”라고 했던 정세균 총리의 일갈도 같은 맥락이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1월 22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 보상만 98조8000억원(월 24조7000억원×4개월)에 달한다. 임금·임대료 보상 14조8440억원을 합치면 100조원을 훌쩍 넘긴다.

2021년 정부 총예산은 558조원으로 책정됐다. 국가채무 비율은 47.3%까지 올라가 있다. 지난해 네 차례의 추가 예산(67조원)이 편성된 여파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재난지원금만 세 차례(1차 14조원·2차 7조8000억원·3차 9조3000억원) 지급됐다. 그리고 전 국민 보편지급을 포함한 20조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정부·여당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손실보상제가 시행되기까지, 4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러면 상반기부터 추가 예산이 필요하게 되고, 그만큼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터다.



이슈 선점한 이재명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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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월 1일 “3차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지급되고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4차 재난지원금 추진 시그널이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서 3~4월 중 지급을 목표로 잡고 있다. 4월 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시기와 겹친다. 보궐선거는 문 대통령 집권 후반기 레임덕이 걸려 있는, 물러설 수 없는 이슈다. 정세균 총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 소위 민주당 대권 주자 ‘빅3’도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이 지사가 가장 먼저 들고 나왔다. 그는 1월 20일 “1인당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경기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월 1일부터 지급을 시작했다. 이 지사는 ‘1인당 연간 100만원’이라는 기본소득제까지 들고 나왔다.

이 지사가 프레임을 선점하자, 가뜩이나 지지율 역전을 당한 이 대표도 좌시하지 않았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명분 삼아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왔다. “코로나19로 이익을 본 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주장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라고 해도, 호응이 미지근하니 법으로 제도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익공유제가 겨냥하는 첫 번째 표적으로 은행 등 1금융권이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1월 27일 “2021년 6월까지 국내 은행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은행주 투자자들 사이에선 “배당을 줄여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라는 관치금융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어 이 대표는 2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맞춤형 선별 지원과 전 국민 보편 지원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의 호남 대표주자 상징성을 놓고, 이 대표와 잠재적 경쟁 중인 정세균 총리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가장 먼저 제시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법으로 제도화해 보상하겠다는 구상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자영업 관련 종사자는 656만3000여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의 24.1%에 해당하는 수치다. 손실보상제로 이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그러나 손실보상제가 현실화되려면 두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한다. 재원 조달 방안과 기준 산정이 그것이다. 특히 기준 산정에서 자영업자의 매출과 손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을지는 상당히 까다롭다.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소득을 축소 신고한다.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무등록 업자나 점포도 수십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 사이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문을 닫았으니 소급해서 보상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자영업자 보상책은 각양각색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처음엔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어렵다”며 회의적 태도를 내비쳤다. 그랬다가 정 총리로부터 “(기재부는) 개혁 저항세력”이란 날 선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후 1월 26일 세종시 정부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정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의 협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한쪽 다리를 꼬고 편하게 앉아서 자료를 바라보고 있는 반면, 홍 부총리는 반듯한 정자세를 취하는 있는 사진이 찍혔다. 손실보상제에 관한 기재부 안이 제압당했다는 뚜렷한 정황증거였다. 문 대통령도 2월 1일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그때까지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 대책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동네북 신세 된 ‘홍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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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이재명(왼쪽부터)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저마다의 확장 재정정책을 들고 나왔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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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체면만 구기고 끝나는 패턴의 반복이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홍 부총리는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정 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 가치가 기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 고통을 덜어주고자 당정 협의를 하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지칭한 ‘정무직 공직자’는 홍 부총리를 일컫는다. 그는 “오늘 회의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는 민주당 분위기를 덧붙였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 지기는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선출된 권력’인 민주당의 ‘민주적 통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기재부와 그 수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서가 배어 있다.

결국 또다시 홍 부총리가 숙이는 모양새로 사태는 수습됐다. 그는 “숙고하고 절제해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말을 하면서 홍 부총리가 울먹였는지 여부를 놓고 기재부가 입장까지 내놓는 촌극이 빚어졌다. 확장재정을 중시하는 청와대와 대선 후보 ‘빅3’, 그리고 민주당 앞에서 재정건전성에 무게를 두는 기재부와 홍 부총리의 ‘저항’은 번번이 무력화되고 있다.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주식 양도세, 부동산 공급 방안, 재정 준칙 등을 두고도 기재부의 시장논리는 정부·여당의 정치논리에 번번이 밀렸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시장은 ‘기재부의 생각 따윈 패싱하면 된다’로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홍백기(홍남기+백기)라는 굴욕적 표현마저 나왔다.

지난해 국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놓고, ‘종목별 3억원’을 주장한 홍 부총리와 기재부 안은 거센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문 대통령이 나서서 ‘현행 10억원(종목별)으로 대주주 기준 유지’를 결정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11월 3일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서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투항했다. 이번에도 4차 재난지원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홍 부총리는 ‘지지지지(知止止止)’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지지지지’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그침을 알아 그칠 때 그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직을 걸겠다’는 그의 결기는 수사로 끝났다.

기재부의 홍 부총리나 청와대의 김상조 정책실장이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한, 민주당의 돈 풀기 정책은 절차상으론 거칠 것이 없다. 그러나 결정적 문제가 남아있다. ‘어떻게 돈을 만들어낼 것이냐’가 그것이다. 조폐공사에서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낼 순 없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되니까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그러면 화폐가치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현실적 정책은 국채 발행과 증세, 두 가지다. 그러나 증세는 국민 저항이 불가피하다. 고소득자 소득세나 부동산 관련 세금은 이미 꽤 올려놨다. 저소득층까지 포함해 과세하거나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한 우회로로 정부가 슬며시 내민 카드가 담뱃값과 술값 인상이었다. 국민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삼는 소위 ‘죄악세’ 강화다. 보건복지부는 1월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10년 내 담배 가격을 OECD 평균 수준인 8000원까지 상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갑당 2500원 안팎이었던 담배 가격은 2015년 4500~5000원으로 대폭 올랐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시절, “담배는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한데, 그것을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갔습니다. 담뱃값을 이렇게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고 강력히 비판했었다.



한국은행이 돈 찍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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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도민에게 10만원을 나눠주는 재난지원금을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 사진: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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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문 대통령이 한술 더 떠 소주·맥주 등 주류에 부담금을 붙여 술값도 20~30% 올릴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공간 등 여론은 반발심리와 동시에 의아함을 표출했다. ‘이토록 지지율에 전부 걸다시피 하는 정부에서, 그것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왜 담배·술값 인상을 추진하려 할까’란 궁금증이었다. 그만큼 ‘나라 곳간 사정이 심각한 것 아닌가’란 추측이 무성했다. 여론이 싸늘해지자 정부는 하루 만에 태세를 전환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1월 28일 페이스북에 “담배 가격 인상 및 술의 건강증진부담금 부과에 대해 현재 정부는 전혀 고려한 바가 없으며 추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공식화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단기간에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고 차단했다.

증세도 아니라면, 남은 방편은 국채 발행뿐이다. 이 방편은 국민의 반감을 경감할 수 있다는 정치적 이점을 지닌다. 그러나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직매입으로 간다면,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결부된 사안이 된다. 한국은행이 정부의 현금인출기처럼 취급당할 수 있다. 자칫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하락,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치명상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은 100조원 가까운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가 국채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이 이를 직매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는 총 63명의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미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학습효과’를 경험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통해 판세를 장악했다. 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의 유탄을 맞았던 자영업자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했다. 이번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4차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여당의 필승카드로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3월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주식 공매도 금지까지 선거 이후인 5월 2일로 연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월 3일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만큼 5월 3일부터 부분적 재개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는 2020년 3월 16일 시작됐다. 그 이후 코스피 상승률은 세계 1위였다. 증시 과열이 빚어졌고, IMF 등 외국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오히려 공매도 금지 시한을 정부가 확정하면서,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정부·여당은 열세로 평가되는 부산시장 선거 판세를 뒤엎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들고 나왔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찬성했다. 야당은 한술 더 떠서 부산과 일본 규슈를 잇는 해저터널 구상까지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확대가 문제가 아니라 속도가 너무 빠르고, 효과가 미미한 곳에 집행하려는 것을 우려한다”며 “한국은행 국채 직매입은 사실상 정부가 돈을 찍어내겠다는 발상이다. 외국의 신용을 잃어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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