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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안방서도 압박받는 구글·애플 '앱 수수료'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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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수수료 강제 금지 법안…앱 생태계 전반 피해
공화당 다수인 애리조나서 애플·구글 법안 논의
국내서도 소비자 가격 인상 우려, 법안 논의 중
한국일보

구글과 애플의 앱장터 로고.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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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공룡'인 애플과 구글의 도 넘는 갑질이 안방인 미국 본토에서조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 매출의 30%를 '통행세'로 징수해 온 양사에 제동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곳곳에서 대두되면서다. 급기야 일부 지역에선 법적 제재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애리조나, 애플·구글 규제 최초의 주 될까?


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 레지나 콥 의원은 지난달 구글과 애플이 앱 개발사에 자사의 거래 방법(인앱결제)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의 'HB2005' 법안을 발의했다.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올해부터 30% 수수료의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앱 개발사들의 부담이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사실 애플과 구글의 이런 행태가 앱 생태계 전반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지적은 미 현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의 앱 분석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양사가 인앱결제 수수료로 벌어들인 돈은 330억달러(약 37조원)에 달했다.

외신에선 애리조나주의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두고 민주당은 반대를, 공화당은 찬성의 뜻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애리조나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 당이기 때문이다. 미 정보기술(IT) 매체인 프로토콜은 "애리조나가 애플과 구글의 지배력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입법을 추진한 최초의 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IT업체들도 양사 수수료 비판

한국일보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8월 애플,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정면으로 대항했다. 에픽게임즈의 대표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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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앱 수수료 정책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8월 본격 떠올랐다. 세계적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정면으로 대항하면서다. 에픽게임즈가 인앱결제를 거부하고 기존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자체 구매 기능을 도입하자, 애플과 구글은 즉각 앱장터에서 포트나이트를 지워버렸다. 에픽게임즈는 양사의 조치에 대해 비판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애플을 제소했다. 에픽게임즈의 움직임에 세계 최대 음원 업체인 스포티파이, 데이팅 앱 전문업체인 매치그룹 등도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전방위적 로비로 법안 통과가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7일 노스다코타주 상원에서도 양사의 독점 행태를 규제하는 법안이 상정됐지만 최종 표결 결과 찬성 11명, 반대 36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외신은 주 정부 차원에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애플·구글을 규제하는 게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일각에선 조지아·매사추세츠·미네소타·위스콘신 등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양사에 대한 규제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구글 견제할 토종 앱마켓 필요"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선 전 세계 각 국에서 양사에 대한 규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으로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면서,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여야 모두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미국에서 통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법안 논의가 지체되는 상황이다.

법 규제와 함께 앱 개발사들은 애플과 구글을 견제할 수 있는 앱 장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KT와 LG유플러스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에 26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6년 SK텔레콤과 네이버가 힘을 합쳐 시작한 원스토어는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 18.3%를 차지하며, 애플 앱스토어(10.5%)를 앞서고 있다. 아직까지 구글플레이(71.2%)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애플·구글과 달리 수수료를 20%로 유지하면서도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받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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