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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오세훈·박형준 선출… 국민의힘, 중도실용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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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후보 확정

국민의힘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보수 선명성 대신 중도 실용 노선을 내세운 인물을 선택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일 후보 경선 결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로 각각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선출됐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41.64%의 득표율로 36.31%의 나경원 전 의원을 제쳤다. 조은희 서초구청장(16.47%)과 오신환 전 의원(10.39%)이 뒤를 이었다. 박 교수는 53.40% 득표율로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28.63%), 이언주 전 의원(21.54%)을 크게 앞서 승리했다.

조선일보

김종인(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오세훈(왼쪽) 서울시장 후보,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 후보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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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과 여론조사를 각각 20%, 80% 반영했던 예비 경선에서 나 전 의원에게 뒤졌던 오 전 시장이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나 전 의원은 여성 가산점 10%도 받는 상황이었다. 당내에선 보수 선명성과 투쟁성을 강조했던 나 전 의원보다 중도 개혁과 실용 노선을 내세운 오 전 시장의 확장성이 평가를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역시 중도 실용을 강조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 후보 최종 단일화까지 감안하면 오 전 시장의 경쟁력에 점수를 주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번 경선은 지난 2~3일 응답자의 지지 정당을 고려하지 않는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 전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치 입문부터 한결같이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 분열과 정쟁보다는 국가의 안위와 시민의 삶을 보듬는 실용적 중도우파의 가치를 지켜왔다”고 했었다. 2차례 시정(市政)을 이끌었던 경험을 통해 1년 남짓한 잔여 임기 동안 바로 업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도 승인(勝因)으로 받아들여졌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많이 죄송했다”며 “격려해주시는 시민을 뵐 때면 더 크게 다가오는 죄책감, 책임감을 가슴에 켜켜이 쌓으며 용서받을 수 있는 날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2011년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한 끝에 중도 사퇴하면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10년 시정이 시작됐던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어 “무도한 문재인 정부에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 국민의 깊은 마음속에서 울려 나오는 경고의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가슴팍에 박히는 그런 선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분열된 상태에서의 선거는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라며 “단일화의 힘으로,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반드시 이 정권을 심판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본지 통화에서 “설문 문항이나 토론 횟수 같은 자잘한 사안에 집착하지 않고 대승적인 자세로 후보 등록일(18~19일) 이전에 반드시 단일화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박 교수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선거”라며 “전임 시장의 견제받지 않은 잘못된 권력 횡포로 인해 빚어진 이 선거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국민이 보여주셔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 등을 지낸 박 교수는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이 3위에 그친 것에 대해 의외란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부산 의원은 “이념과 투쟁성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표가 쏠린 것 같다”고 했다.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당내에선 이념 강화보다는 중도 실용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이후 “나는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 정체성과 관련해 보수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100%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선출된 이번 후보를 보면 그간 당의 변화 방향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 한 당으로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인데 향후 선거 캠페인도 우리만의 비전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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