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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정세균 호출에 클럽하우스 찾은 스타트업 3인방… "이런 걸 왜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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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표심이 뭐길래 ‘스타트업 전도사’ 자청하는 정치인들
업계 이해도 떨어져 얕은 덕담 나누기, 성과 알리기 급급
"취지는 이해하지만… 주인공, 정치인 아닌 창업가여야"

조선비즈

5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정세균 국무총리와 스타트업 3인방과의 캐주얼 토크. /클럽하우스 캡처




"저희 같은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의존도가 높습니다. 회사가 글로벌로 확장하느라 적자이지만, 작년에 더 많은 비용을 구글·애플에 수수료로 지급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시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국심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에요. 대한민국 기업이 그들과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는 당당하게 경쟁해서 더 나은 시장점유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해외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산업이 굉장히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요. 총리님은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을 합친 용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안성우 직방 대표)
"대표님 덕분에 프롭테크가 부동산이 가지고 있던 과거 불투명한 부분을 더 개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정부가 가능하면 최대한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해(투기 의혹 지칭) 걱정하시지 않습니까? 부동산 산업이 투명해지고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죠.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정 총리)

5일 밤 음성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에서 정 총리가 안성우 직방 대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와 주고받은 질의응답의 일부다. 구글·애플이 책정하고 있는 앱마켓 수수료가 스타트업에 부담이라는 취지의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질의에 정 총리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내놓고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동문서답했다. 프롭테크에 대한 관심을 기대한 안성우 직방 대표의 질문에 대해서도 부동산이 기술로 투명해지면 LH 사태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총리가 등장한다는 소식이 일찌감치 알려지면서 클럽하우스는 오후 9시부터 350여명이 몰렸다. 대화가 예정된 10시를 넘겨 10시 40분까지 이어지면서 청취자는 700~800명대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참관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정 총리가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겉핥기식 덕담 주고받기’만 늘어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럴거면 왜 굳이 바쁜 스타트업 대표를 호출한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한 청취자는 "정치인이 요청하니 스타트업 대표들로선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을 테지만, 깊이 있는 업계 고민을 끌어내기보다는 들러리 세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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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클럽하우스 참여 중 모습. /정 총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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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정치인들의 ‘스타트업 끌어안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던 전통적 민심잡기 행보에서 나아가 스타트업을 통해 젊은 유권자를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지난 4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구독형 모바일 세탁서비스 업체 ‘런드리고’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구독경제’를 통해 소상공인은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소비자는 저렴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윈윈 경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다른 곳도 아닌 런드리고를 찾아서 자신의 공약을 새삼 부각시킨 것은 런드리고가 ‘구독경제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스타트업인데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쌓아올린 친(親)스타트업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내세우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박 후보의 유력 경쟁후보로 꼽히는 야권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공동주거·업무공간 ‘논스’를 방문했다. 블록체인 인프라와 서비스, 커뮤니티 등 전반적인 동향을 체크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 안 대표는 "정보 투명성을 위해 블록체인을 행정에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바이러스 백신업체인 안철수연구소를 창업해 ‘성공한 스타 벤처기업가’ 출신으로도 잘 알려진 안 대표가 자신의 지지층을 확실히 잡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털 TBT의 임정욱 공동대표는 "스타트업이 워낙 중요하고 뜨는 산업인데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혁신에 관심이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정치권에서 창업자 출신 혁신가들과 뭔가를 해보려는 제스처를 이어가는 것이 거꾸로 창업자들을 숨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많은 창업가들이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자유롭게 언급해 기업가정신을 공유하고 대중과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의 성공한 창업자들도 과도한 정치권 관심이나 불이익을 받는 일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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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비대면 모바일 세탁서비스 업체 ‘런드리고’를 방문한 박영선(사진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후보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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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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