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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변 하사의 죽음, 국회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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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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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변희수 전 육군 하사./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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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헌법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영역에서 차별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차별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적절한 구제수단이 미비해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의 '차별금지법' 발의안에 기재된 제안 이유다. 성전환 수술 이후 군을 강제 제대한 故변희수 전 하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자 시선은 국회에 남은 차별금지법에 다시 쏠린다.


국회 논의 실종, 왜?



차별금지법에서는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종교 등 총 23개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또 이 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 서비스 제공이나 이용에서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 등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차별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셈이다.

해당 법이 통과될 경우 차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법원에 민사·행정소송을 내기가 수월해지고 승소할 확률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개인이 차별 시정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만들어져 인권위 권고에 힘이 더해진다.

반면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차별을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격차가 크기 때문에 해당 법에서 아무리 구체적으로 명시를 했다고 해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또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조직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문제다.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건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안 통과 여부를 떠나 법안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장 의원의 차별금지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상임위에서 정식 논의된 적은 없다.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등장한 것도 오래된 일이다. 2007년 정부안으로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2008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이후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반복 폐기됐다.

종교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성적 지향성을 차별 금지의 요소로 포함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가 사회 분위기에 따라 급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회가 법률로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표심이 요동칠 것을 우려한 국회의원들이 여야 구분 없이 차별금지법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의원실의 비서관은 "동성애 같은 부분은 대선 TV토론에서도 핵심 질문으로 꼽히는 민감한 이슈 아니냐"면서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표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진 의원들이 실제로 많다"고 전했다.


"정치가 해야 할 역할 무엇인지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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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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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우려로 국회가 법안 논의를 회피하는 모습은 한국 정치의 낮은 수준을 드러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에 차별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여야의 생각은 당연히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최소한의 합의라도 이뤄 일부 성과라도 얻어내야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는 "차별금지법은 사실 복잡한 내용도 아니고 원론적인 입장을 담아낸 법"이라며 "입법부는 원론적 법안에 대해 열어 놓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적 지향성 문제 등이 이슈는 자꾸 되는데 국회에서 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수자의 소외감이나 실망감은 더 커지고 좌절감도 깊어지게 된다"며 "소수의 목소리를 정치가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본인들이 사회에서 의미 있게 다뤄질 수 있는 존재라고 느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 상임이사는 "일반 시민들도 국회의 토론을 지켜보며 해당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다시 돌아보고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공론장을 열어 주는 것이야 말로 입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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