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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네이버 쿠팡서 팔았으면, 네이버 쿠팡이 책임져라"…입점업체 잘못도 피해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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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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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 때 판매 업체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판매 업체가 입점한 네이버, 11번가 등 온라인 플랫폼 운영 업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또 당근마켓(중고거래 앱) 등 개인끼리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기 등 피해를 당하면 플랫폼 업체를 통해 가해자 신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운영 사업자의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본격 추진하면서다. 그동안 상품·서비스의 판매 '중개자'라는 특성을 이용해 소비자 보호에 소홀하거나 배상책임을 피해갔던 플랫폼 업계 관행이 대거 바뀔 전망이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에선 '시대에 역행한 규제'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7일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역할에 걸맞은 책임과 소비자 피해 구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전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디지털 경제 발전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가 겹치며 온라인 거래와 소비자 피해가 동시에 늘어나는 추세"라며 "입점 업체의 '갑질' 방지를 목표로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이어, 소비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춘 전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핵심은 이른바 '중개자 고지 면책' 제도를 없애 플랫폼 업체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현행법상 플랫폼 업체는 '중개 사업자'라는 사실만 고지하면 대부분의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안은 플랫폼 업체가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입점 업체와 연대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플랫폼 업체가 자기 명의로 광고·공급을 하는 등 자신이 거래 당사자인 것처럼 소비자 오인을 초래한 경우 입점 업체와 함께 연대배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픈마켓에서 '특가상품 기획전'을 통해 상품을 샀는데 입점 업체가 잠적했다면, 현재는 잠적한 입점 업체를 찾아 직접 배상 청구를 해야 했다.

그러나 개정된 법안이 통과되면 오픈마켓 업체에서도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개정안은 플랫폼 업체가 거래 과정에서 결제·대금 수령·환불 등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고의·과실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에도 입점 업체와 연대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현재 구조에선 플랫폼 업체의 잘못이 있어도 입점 업체가 일단 소비자에게 배상한 후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다"며 "입점 업체 입장에서도 유리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그동안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적용에서 배제했던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 플랫폼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최근 급성장한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보호 조치도 확대된다. C2C에서 환불 거부 등 분쟁이 발생하면 업체가 신원 정보를 확인·제공해야 한다.

개정안은 통신판매업자, 통신판매중개업자, 사이버몰 운영자, 전자게시판서비스 제공자 등 다양한 분류와 용어를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자체 인터넷사이트 사업자 등 세 가지로 재정의했다. 그리고 이 중 업체가 수행하는 역할을 명확하게 고지·표시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른바 '검색 광고'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검색·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도 표시하게 했다. 외국 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역외 적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고 주요 골자만, 그것도 업계의 비판적 의견이 제기될 골자는 제외한 상태에서 횟수 늘리기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만을 종용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 신원 정보 공개 의무 등을 포함한 개정안 내용이 소비자 보호의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대책임도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화된 규제에 맞춰 플랫폼 업체는 조직, 인력,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랫폼 수수료율이나 입점 업체 광고비용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청약, 접수, 결제, 배송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뿐 거래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미 규제가 존재하는데 중복 규제가 더해지면 유통 플랫폼들이 비용을 전가하거나 오픈마켓을 접을 수 있어 결국 소상공인과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외 적용 규정을 신설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해외 기업에 행정적인 집행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국내 사업자 위주로 집행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인 기자 / 김효혜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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