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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독서교육은 컴퓨터게임 등에 ‘KO패’…지역서점 살려야 교육·저출생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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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서점 살리기’ 나선 이동선 대전시서점연합회 회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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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선 대전광역시서점연합회 회장이 지난 4일 대전 중구 계룡문고에서 지역서점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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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은 과다한 교육비 탓
아이들 책 읽는 습관 기르면
스스로 공부하는 힘도 생겨

서점 체험 프로그램 확대 등
자구노력·유통망 재건 필요

“지역서점은 사람들이 책과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도록 하는 곳입니다. 지역서점을 살리면 교육문제, 저출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고요.”

이동선 대전광역시서점연합회 회장(58·계룡문고 대표)은 지역서점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갖가지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에 뿌리를 두고 있는 50여개 지역서점 대표들은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지역서점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연합회를 발족했다.

연합회 발족과 함께 회장으로 선출된 이 회장을 지난 4일 대전 중구 계룡문고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먼저 지역서점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인터넷서점과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서점들의 양면 공격으로 지역서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면서 “전국적으로 70~80%의 지역서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가의 서점은 거의 멸종되고 그 자리를 유흥업소들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미래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독서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말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가정·학교·사회에서 진행해온 독서교육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게임에 ‘KO패’ 했다”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직접 책을 고르고, 읽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서점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서점들이 저출생 문제와 교육문제 등을 풀어나갈 힘이 될 수 있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평균 1.63명) 중 최저를 기록했다. 이를 언급한 이 회장은 “저출생 문제는 과다한 교육비가 핵심 원인인데 우리 아이들이 독서만 제대로 한다면 교육비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된다”며 “아이들이 지역서점을 드나들면서 책을 스스로 고르고 읽는 습관을 키우게 되면, 나중에 스스로 도서관에 다니고,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역서점들도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면서 “초·중·고교생들을 위한 서점 체험프로그램을 늘리고, 어르신 등 시민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독특하고 유익한 주제를 내세우면서 단행본을 중심으로 책을 파는 동네책방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을 ‘긍정적인 조짐’으로 평가했다. 대전에도 특색 있는 동네책방이 20여곳 있다.

지역서점 관계자들은 요즘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책 도매회사 인터파크송인서적을 살리기 위한 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도서 유통망이 살아나야만 지역서점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출발해 9일 서울 도착을 목표로 한 ‘책 생태계 살리기 전국 서점순례 마라톤’을 진행하고 있는 진오 스님이 지난 4일 대전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지역서점들의 단결된 힘으로 도서 유통망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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