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시급해 광범위 여론 수렴 못해…누군가에 유리한 개편 아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EPA=연합뉴스]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올해 예정된 홍콩 의회인 입법회 선거와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거가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8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시점에서는 선거를 추가 연기할 필요성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우리 앞에는 (선거제 개편을 위한) 엄청난 과제가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베이징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전날 홍콩으로 돌아왔다.
람 장관은 선거제 개편을 위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포함해 여러 단계가 놓여있고 "입법을 포함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급성 때문에 광범위한 여론 수렴은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홍콩에서도 20여 가지의 원칙과 부칙들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연말로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거에 대해서도 "선거인단 선거가 5년 단위로 12월에 열렸지만, 이번에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은 지난해 9월 6일 입법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한 달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1년 연기를 전격 발표했다.
당시는 범민주진영이 2019년 11월 구의회 의원 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입법회 과반석 이상 차지를 목표로 바람몰이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 선거제 개편에 착수하면서 홍콩 매체들은 올해 입법회 선거가 또다시 연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제 개편으로 입법회 의원 수가 70명에서 90명으로 늘어나고, 행정장관 선거인단에서 입법회 의원 입후보자 전원을 뽑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람 장관은 "누군가에 유리하게 선거제가 개편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제의 허점과 결함을 손보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람 장관은 연임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회피했다.
중국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때와 같은 방법으로 홍콩 입법회를 우회해 전인대를 통한 직접 입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홍콩 내 친중 세력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렁춘잉(梁振英) 전 행정장관, 레지나 입 의원 등 홍콩 내 대표적 친중파들은 FT에 이번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의견을 물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FT는 2019 반정부 시위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홍콩 내 친중 세력에도 불만을 품기 시작했으며, 이번 선거제 개편에서 홍콩 내 중국 관리들의 의견만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홍콩 빈과일보는 중국이 홍콩의 재계와 특정 친정부 인사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으며 이번 홍콩 선거제 개편에 이런 상황이 반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홍콩 민주당 대표이자 구의회 의원인 로킨헤이 주석은 RTHK에 "선거제 개편으로 나는 앞으로 출마를 못 하게 될 것 같다"며 "범민주진영이 선거에 참여할 여지가 매우 적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할 더 많은 체계가 갖춰진다"면서 "당국은 범민주진영을 몰아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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