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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이동훈의 촉]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몸 사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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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D-365, 보수에게 다가온 ‘전략적 선택'의 시간

    ’고건, 안철수, 반기문과 윤석열이 다른 까닭

    “한국 정치에서 ‘○○○ 현상’이 성공한 적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고건 현상’, 이명박 정부 때 ‘안철수 현상’, 박근혜 정부 때 ‘반기문 현상’이 그랬다. 하지만……작년 한해 윤석열의 처절한 싸움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윤석열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 차이점은 윤석열의 권력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뚝심, 그리고 맷집이다.”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윤석열 현상’(최재혁 사회부차장)이란 제목의 칼럼 중 일부입니다. 동의합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윤석열은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일 뿐이란 평가절하가 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윤은 밖에서 때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맞서 싸웠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 대목도 동의합니다.

    어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이 대선 주자 1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러자 여권, 좌파진영에선 이렇게 분석하고 전망합니다. “윤석열 한방에 훅갈거다. 지지율 오래가지 못할거다. 단순한 반사체일뿐이다.” 분석이 아니라 희망 같습니다. 그런데 최재혁 칼럼은 그렇지않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던집니다. 윤석열 총장은 4월 보선에 개입할까요? 아니, 다시 질문하겠습니다. 개입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번 4월 선거의 의미를 살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4월 선거 이후엔 제대로 된 선거가 없습니다. 그 뒤엔 바로 대선 입니다. 둘째,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지면 내년 대선도 힘들어집니다. 야당은 전국 선거에서 4연패했습니다. 이번에 또 지면 말그대로 폭망할 겁니다. 야당에게 이번선거는 너무 너무 중요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는 선거입니다.

    오늘 한겨레신문 정치전문기자는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야권 대선 주자들끼리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자중지란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야권이 이기는 게 오히려 야권 대선에 좋지 않다는 얘기죠.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반대라고 봅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지면 대선주자들은 물론이고 지지층까지 자중지란 분열할 겁니다. 보수유권자들은 내년 대선까지 포기해버릴 겁니다.

    세번째, 이게 아주 중요한데, 이번 선거는 보수 유권자가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냐 없냐, 그 시험대가 될 겁니다.

    전략적 선택이 뭡니까. 1997년 대선에서 DJ는 김종필과 손을 잡습니다. 이기기 위해 보수 원조와 손을 잡은 겁니다. 호남은 적극적으로 밀어줍니다. 200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은 부산 출신 노무현을 내세웁니다. 한나라당 이회창에게 승리합니다. 선거 전날 깨지긴 했지만, 노무현은 정몽준과 단일화까지합니다. 2017년 대선에선 호남 유권자들이 부산 출신 문재인을 지지합니다. 전략적 선택입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세를 넓혀가는 것, 자기 진영, 자기 세력, 자기 지역만 고집하지 않는 것. 이게 전략적 선택입니다.

    지금까지 보수는 제대로 된 전략적 선택을 한 적이 없습니다. 보수는 늘 세력 우위였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쪽이었습니다. 굳이 전략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영남만 잘 관리하면, 보수만 잘 다독이면 이겼습니다. 굳이 다른 지역, 다른 생각과 손 잡을 필요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보수는 최근 네 번 선거에서 모두 다 졌습니다. 중도층이 떠나갔습니다. 영남 우위라는 지역구도도 흔들립니다. 더 이상 보수 표심만으로, 영남 표심만으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습니다.

    4월 선거를 앞둔 보수 유권자 마음은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이기고 싶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다”

    이번 4월 보선에서 보수의 전략적 선택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가 승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략적 선택을 할 거라고 봅니다.

    4월 보궐선거에 제1야당 후보가 아니라 중도 후보를 대표로 내세우는 그림. 가능하다고 봅니다.

    내년 대선에 국민의힘 당원이, 대구경북 유권자가,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을 수사했던 충청 출신 윤석열 총장을 선택하는 것. 이런 구도가 전략적선택입니다. 이번 선거에 이런 의미들이 있습니다. 그럼 윤 총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거는 정치인의 공간입니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평가받고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정치인은 선거를 피해서는 안됩니다. 그 안에 뛰어 들어가 즐겨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 윤석열은 이번 선거에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봅니다. 365일 뒤면 바로 대선입니다.

    이번 선거에 지면 야권은 내년 대선도 힘들어집니다. 야권은 폭망합니다.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도 덩달아 불투명해집니다.

    이번 보선은 1년뒤 대선의 예고편입니다. 윤석열이 적극 개입해 보수의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영남과 충청의 연합, 보수와 중도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지 않습니까. 몸 사릴 필요 없습니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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