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페란 아드리아 셰프가 '엘불리'에서 창조한 '불꽃(Fire)' 요리. /플래시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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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불리가 시도한 뒤 전 세계 파인다이닝(고급 외식)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조리법·테크닉·서비스는 무수히 많다.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10가지를 소개한다.
1.분자 요리: 엘불리는 음식과 요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실험과 연구에 적극적이었다. 언론은 엘불리의 과학적 접근과 이를 통해 개발되는 요리를 ‘분자 요리(molecular gastronom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페란 아드리아는 “분자요리는 테크닉일 뿐 엘불리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2.해체주의: 전통적인 요리의 맛과 재료 등 본질은 그대로이지만 형태와 구조, 질감을 전혀 다르게 변형시켰다. 이를 위해 요리의 기본 요소를 해체하고 재조합했다. 먹는 사람의 기대와 예상을 깨뜨리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줬다.
3.실험실: 새로운 요리를 연구·개발(R&D)하려면 새로운 조리 개념과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페란 아드리아는 주방과 별도로 ‘랩 키친(lab kitchen)’이라고도 부르는 실험실을 마련했다. 이후 레스토랑의 연구·개발팀과 실험실이 일반화됐다.
‘멜론 캐비아’(2003년) /월드50베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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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체화(spherification): 알긴산나트륨을 사용해 액체를 젤리처럼 변형시켜 구체화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요리에 활용했다. 과일즙·소스·올리브오일을 요리에 뿌리는 대신 작은 알갱이 형태의 ‘캐비아’로 만들어 얹어 새로운 미각 경험을 제공했다. 식당은 물론 칵테일바에서도 널리 사용하는 기술이 됐다.
5.에스푸마(espuma): 젤라틴·레시틴·잔탄검(xanthan gum) 등을 사용해 소스·주스·퓌레·크림 등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질감은 공기처럼 가볍고 섬세한 거품 형태로 만든다. 응축된 맛과 향만 입안에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듯한 식감을 제공한다.
‘흰강낭콩 거품을 얹은 성게알’(1994년). /월드50베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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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아이스크림: 달지 않고 따뜻한 전통 요리를 해체·재구성해 차가운 아이스크림으로 변형시켰다. ‘아이스크림=달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7.칵테일: 칵테일 잔에 액체 또는 고체 음식을 담아 내고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잔에 입 대고 마시게 했다.
8.테이스팅 메뉴: 다양한 요리로 구성된 작은 접시들을 순서대로 맛보는 서빙 방식. 기존 코스 메뉴는 3~4가지 요리가 제공됐으나, 페란 아드리아는 30여 코스로 확장했다. 셰프는 제한 없이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고, 손님은 셰프가 의도한 맛의 흐름과 조화를 즐길 수 있다.
9.스푼: 엘불리의 작은 코스를 내기에 딱 맞는 크기였다. 스푼 전체를 한 번에 입에 넣을 때 재료의 풍미와 질감이 한순간에 응축돼 폭발하도록 의도했다. 기존의 접시에 담긴 요리에서 얻기 힘든 강렬한 미각 경험을 제공했다.
10.핀셋(tweezer): 엘불리 주방에서는 초소형 스낵이나 분자 요리 기법으로 만든 섬세한 재료를 정확한 위치에 놓기 위해 핀셋을 사용했다. 전 세계 파인다이닝 주방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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