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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英 인종차별 제대로 짚어야” “인터뷰 지나쳤다”… 해리 왕손 부부 ‘왕실 폭로’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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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입장 안 냈지만 비상회의

존슨 총리 “여왕 존경”… 언급 자제

1야당 “왕실, 인종차별 조사하라”

여론조사 “인터뷰 부적절” 과반 육박

마클 父도 딸 아닌 왕실 편들어

美서 인터뷰 1710만명 시청 화제

세계일보

호주 신문들이 9일자 1면을 통해 영국 왕실 내 인종차별을 폭로한 해리 왕손 부부의 인터뷰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헤럴드 선’은 메건 마클 왕손빈의 사진을 실으며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인터뷰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가 이날 TV방송에 나와 “우리 국가수반은 영국 여왕이나 왕이 아닌 호주 시민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해리 부부의 폭로를 계기로 호주 내 영연방 탈퇴 여론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멜버른=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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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막장극’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해리 왕손 부부의 ‘폭탄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폭로를 계기로 왕실뿐 아니라 영국 전반의 인종차별 문제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해리 부부의 인터뷰가 지나쳤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부딪치면서 정치 쟁점화하는 모양새다. 영국 왕실은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비상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버킹엄궁이 해리 왕손 부부의 폭로로 불거진 로열패밀리 최고위층 내 인종차별 의혹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흑백 혼혈인 메건 마클 왕손빈은 전날 방영된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왕실 관계자들이 아이의 피부색을 우려하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왕실 생활을 털어놨는데,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마클이 제기한 인종차별과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케이트 그린 하원의원은 해리 부부의 주장이 “정말로 고통스럽고 충격적”이라며 왕실이 직접 인종차별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인터뷰가 많은 흑인 영국인에게 왕실에 대한 신랄한 평가를 제공했고, 영국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아슬아슬한 인종차별의 긴장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군주제 철폐론자들은 이번 폭로를 계기로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논란에 휘말리기를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왕실이 이번 의혹을 조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왕이 우리나라와 영연방 전역에서 수행하는 통합의 역할을 항상 존경해왔다”며 “왕실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오랜 방침을 이번에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의 잭 골드스미스 상원의원은 해리 왕손이 “왕실을 공중분해시키고 있다”며 “메건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낸다”고 비꼬았다.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은 해리 부부 인터뷰가 “왕실과 여왕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배신”이라며 “그들은 왕족 전체를 백인 우월주의자로 만들었다”고 힐난했다.

마클의 아버지 토머스도 딸이 아닌 왕실 편을 들었다. 그는 영국 ITV 인터뷰에서 “나는 영국 왕실을 매우 존경하고 왕가가 인종차별적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클 부녀는 절연할 정도로 관계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당시 인종차별 당사자를 특정하지 않았던 해리 왕손은 “조부모(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이날 CBS ‘오늘 아침’ 프로그램에서 전했다.

왕실은 이번 사안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BBC는 여왕과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이 비상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여론은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성인 2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해리 부부의 인터뷰가 적절했다는 의견은 21%, 부적절했다는 의견은 47%였다. 가디언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론자와 젊은 층 사이에서 해리 부부 지지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해리 부부 인터뷰는 미국에서만 1710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정신건강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폭로는 영국 언론계에도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해리 왕손이 타블로이드에 시달리는 마클을 보면서 “영국 언론은 편협하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해리의 모친 다이애나비는 찰스 왕세자와 이혼 후인 1997년 파파라치에 쫓기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영국 편집인협회의 이언 머리 이사는 “왕손 부부가 뒷받침할 증거도 없이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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