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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스페이스X 불똥 튄 파푸아 원주민들 “우주선 발사대 건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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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비악섬 장소 협력 제안

외국 기업 투자 유치 계획도

“우주·광산 개발은 재앙 될 것”

[경향신문]

인도네시아 정부가 파푸아주 비악섬을 스페이스X의 우주선 발사 장소로 제공하려 하자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주선 발사대 건설로 자연이 파괴되고 원주민들을 섬에서 쫓아낼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에게 우주선 발사대 건설과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파푸아의 작은 섬들을 우주선 발사대 건설지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우주선 발사대가 들어설 비악섬은 적도에 가깝고, 동쪽 해안이 태평양 쪽을 향해 있어 로켓 발사에 적합한 곳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2002년에도 러시아의 로켓 발사 시설을 유치하려는 논의가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2024년 첫 발사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파푸아주에 풍부한 구리와 니켈을 활용해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파푸아에서 생산되는 구리와 니켈은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장거리 배터리뿐 아니라 로켓에도 필수적인 재료다.

테슬라의 투자를 유치하면 파푸아가 동남아시아 전기차 생산 허브로 떠오르고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주민들은 우주개발과 외국 기업 유치가 재앙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인 JATAM은 우주선 발사대 설치와 광산 개발이 확대되면 삼림 벌채가 늘어나고, 유네스코 해양 세계문화유산이 오염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도 위협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구리 광산인 파푸아 그라스버스 광산은 매년 80만t의 폐기물을 주변 강에 버리고 있다.

파푸아 주민들은 1963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된 이후 숱하게 차별과 수탈을 당해왔다. 독립 시위를 벌이다 10만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1998년 인도네시아군의 대량학살에서 살아남은 비악섬 주민 티네케 럼카부는 “만약 누군가가 비악섬으로 비즈니스를 가져온다면 파푸아인들을 대량학살한 인도네시아 정부를 후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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