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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자동차처럼…인공위성도 플랫폼서 찍어내는 시대 열린다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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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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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플랫폼' 시대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열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개발한 인공위성 플랫폼을 민간기업들이 활용해 우주 사업에 나설 수 있어 관련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오는 20일 항우연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정밀 500㎏급 지상 관측용 차세대중형위성(차중위성) 1호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차중위성 1호는 발사일 전까지 상태 점검, 연료 주입, 발사체 결합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러시아 'JSC 글라브코스모스 소유즈 2.1a' 발사체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차중위성 1호는 평균 고도 497.8㎞의 태양동기궤도에서 2개월간 통신 등 초기 운영 과정을 점검한 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정밀 지상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차중위성 프로젝트의 핵심은 위성의 표준 플랫폼화에 있다. 항우연이 개발한 차중위성은 기본 구성 설계 변경 없이 복제가 가능하게끔 만들어졌다. 일반 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은 위성 시스템 수준의 성능 검증 없이도 500㎏급 차중위성 플랫폼을 활용해 쉽게 위성을 복제하듯 제작할 수 있다. 이 같은 플랫폼 형태 위성이 개발된 건 국내 최초다.

일반적으로 위성은 크게 본체와 탑재체로 나뉜다. 차중위성은 이 중 본체를 표준 플랫폼화하는 데 성공했다. 본체는 기본적으로 위성을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지상 촬영 임무에서 위성을 최적의 위치로 옮기고 고정시키는 역할은 본체가 수행한다. 반면 탑재체는 임무와 보다 연관이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나 레이더 장비 등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게 탑재체다. 기업들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간단하게 새로운 위성을 만들 수 있다. 이전처럼 본체부터 탑재체까지 전부 새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항우연이 본체 역할을 맡을 표준 플랫폼 장비 모듈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이젠 탑재체와 이를 본체에 연결하는 탑재 모듈 간 결합 부위만 변경하면 민간기업들은 이미 만들어진 탑재체를 본체에 붙여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탑재체를 개발해도 된다. 기업이나 기관이 원하는 임무에 맞는 탑재체를 차중위성 플랫폼에 붙인 뒤 발사하면 되는 셈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 산업에 진출하고 있는데 한화가 대표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인공위성 전문 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한 뒤 110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소형 위성 본체, 탑재체, 지상체, 위성 영상 판매·분석 서비스 사업 등 위성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출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우주 산업 전반을 지휘할 '스페이스 허브'를 이끌 인물로 낙점됐다.

LIG넥스원 등 방산 기업들도 우주 산업에 진출했으며 한글과컴퓨터 계열사인 한컴인스페이스도 위성 개발에 나섰다.

이들 민간기업이 차중위성 플랫폼을 활용해 각자 니즈에 맞는 위성을 만들게끔 하는 게 항우연의 목표다. 당장 내년 초 발사 예정인 차중위성 2호도 민간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하고 있다. KAI는 프로젝트 총괄과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을 모두 맡고 있다. 항우연은 탑재체 개발에만 참여한다. KAI는 차중위성 1호 개발 당시 시스템·본체 개발 기술을 항우연에서 이전받은 바 있다. 2019년께 사업이 시작된 차중위성 3~5호 개발도 민간기업이 주도할 예정이다.

탑재체를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차중위성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광학카메라 탑재체를 달면 차중위성 1·2호가 수행할 지상 촬영 임무 등을 할 수 있다. 지표면 영상을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장비를 탑재하면 수자원 관리 등을 위한 레이더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광대역 카메라를 쓰면 해상도는 떨어지더라도 100㎞가 넘는 범위의 관측도를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지구 관측위성 외에도 통신장비를 달면 통신위성, 기상장비를 탑재하면 기상위성이 된다. 항우연 계획에 따르면 차중위성 프로젝트 2단계에 해당하는 2~5호기는 각자 다른 임무를 맡는다. 우주과학 연구 및 기술검증, 광역농림 상황 관측, 수자원 관측 등 여러 임무에 차중위성 플랫폼이 활용될 예정이다.

저렴한 위성 개발 비용 역시 차중위성이 갖는 큰 장점이다. 차중위성 1호는 500㎏ 동급 위성 기준으로 일본과 비교해 59%, 페루에 비해선 29% 수준의 비용만 투여해 개발에 성공했다. 차중위성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위성을 개발하더라도 낮은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 임무에 투입되는 위성들의 평균 개발비용은 3000억원 이상이며 평균 개발 기간도 약 7년에 달한다. 반면 차중위성 1호는 5년 만에 비용 1570억원으로 개발됐고, 2호는 3년 만에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2호 개발비용은 1호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향후 민간기업들은 기술이전비용이나 기술사용료를 항우연에 지불하고 차중위성 플랫폼 기반의 위성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들은 용역 형태로 위성 장비 대여 비용, 인력 지원 비용, 시설 사용 비용 등을 함께 내면 된다.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위성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사업화해 돈을 벌 수 있다.

단 아직까지는 참여 기업들이 항우연과 함께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대부분 위성은 임무에 맞게끔 맞춤형으로 제작된다"며 "차중위성 플랫폼이 있어도 임무에 딱 맞도록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성 사업 특성상 아직 민간기업들의 위성 개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은 항우연과 함께 위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차중위성 플랫폼을 활용해 민간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위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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