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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시신손상 너무 심각…사고로 생길 수 없어” 정인이 부검의 '학대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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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17일 정인양 양부모 네 번째 재판 열려

부검의 증인 출석…“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각”

아동단체, 지난 공판 이어 전국 각 법원서 시위 벌여

[이데일리 박순엽 김민표 기자]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으로 양부모의 학대를 당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영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을 부검할 당시 시신 손상이 너무 심각했다는 부검의의 증언이 나왔다. 그는 정인양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학대를 당해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상처들도 몸 전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고도 진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17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35)씨와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도 앞선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신청한 증인을 신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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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 장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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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의 “학대 확인할 필요 없을 정도로, 손상 심해”

이날 공판엔 정인양 사망 이후 부검을 담당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의 A씨가 출석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2년부터 국과수에서 부검의로 일했으며, 현재까지 약 3800건의 부검을 해왔다. 그는 부검 당시 정인양 시신 상태를 묻는 검찰 질문에 “지금까지 내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A씨는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손상 자체가 심했다”며 “머리·갈비뼈에선 과거에 생겼다가 낫고 있는 골절이 발견됐고, 췌장에선 사망일 최소 며칠 전에 발생했다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상처의 흔적도 보였다”며 정인양 몸에 골절 등의 흔적이 너무 많아 사고가 아닌 학대에 의한 상처로 추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앞서 정인양 사망 당일 장씨가 정인양의 양팔을 강하게 흔들고, 배와 등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 절단·복강 내 출혈을 발생하게 하는 등 복부손상으로 정인양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봤는데, A씨는 이에 대해서도 “집에서 일어난 사고로 췌장 절단 등 복부손상이 생기긴 어렵다”며 “장간막까지 찢어질 정도의 손상은 (사고로) 생기기 더욱 어렵다”고 강조했다.

A씨는 정인양 팔 부분 골절에 대해선 “이 부분 골절은 아동학대를 시사한다”며 “넘어져서 생기는 게 아닌, 팔을 세게 잡아당길 때 생기는 골절로 아동학대를 당한 피해자의 몸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A씨는 부검 당시 정인양의 몸에 상처가 너무 많아 “사고로는 다 생길 수 없는 손상”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양부모 측이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복부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소아는 CPR을 약하게 하기 때문에 복부 손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CPR로는 췌장이 절단될 만큼 강한 힘이 가해지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 정인양의 부검 감정서가 법정 내부에 설치된 화면에 공개되자 이를 지켜보던 일부 방청객들은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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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8차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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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공판 이어…‘분노한 시민들’ 법원 앞 집결

이날 공판이 열린 법원 앞은 재차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또다시 가득 찼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 약 70여명은 지난 세 차례의 공판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양부모에게 사형을 요구한다’, ‘정인아 미안해’ 등의 피켓을 들고 정인양의 양부모에 대한 강한 처벌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들의 시위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자’는 구호 아래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공판 시작을 앞두고 장씨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가 법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시위 참여자들은 버스 앞으로 모여들어 “사형시켜라”, “살인자”라고 외쳤다.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을 요구하자 시위대에선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시위에 참여한 이영연(58)씨는 “충남 서산에서 출발해 공판 때마다 법원 앞에 오고 있고, 지난 12일엔 국회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도 벌였다”며 “‘싫어요’, ‘그만 하세요’라는 말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아이를 사정없이 짓밟고 두들겨 팼다고 하니 양부모들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고 성토했다.

일부 시민들은 재판이 열리는 남부지법이 아닌, 전국 각지 다른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관계자는 “모든 곳에서 아동학대 재판이 올바르게 이뤄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를 계획했다”며 “아동학대로 인한 재판은 모든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는 재판이어서 모든 법원에 경각심과 압박감을 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인양이 학대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술은 공판마다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열린 공판에선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의 원장과 교사, 정인양의 입양 등을 담당했던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장씨 부부의 이웃 주민, 장씨 지인, 장씨에 대한 심리검사 등을 담당한 심리분석관 등이 나왔는데, 이들은 모두 정인양이 학대당한 정황이 담긴 진술을 법정에서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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