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과천동 LH가 주관하는 공공택지지구 내걸린 감정가 반대 현수막 [사진 = 조성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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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400만원 받고 나가래요. 여기에서 농사 지은 지 30년 넘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시하는 보상금으로는 경기도는 커녕 충청도도 못가요. 자기(LH)들은 주변에서 평당 1400만원 넘게 아파트 분양하면서 너무하네요"
"LH는 LH고 우린 우린지. 잘못한 게 드러나면 처벌하면 되고 공공택지개발은 그대로 진행돼야 맞지. 지정 취소로 발생한 우리 손해, 정부에서 물어주는거 아니지 않느냐"
지난 16일 찾은 과천공공주택지구(이하 과천지구) 곳곳에는 'LH 헐값 수용'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현재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 중인 과천지구 내 토지주들은 LH가 시세를 반영하지 않은 낮은 보상을 할 거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공공택지지구 지정 취소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협의양도인택지 기준인 300평(1000㎡) 이상 땅 소유 여부에 따라 반대, 찬성 의견이 나뉘었다.
과천지구는 2018년 12월 광명 시흥 등 6개 신도시와 함께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원 155만㎡의 부지에 주택 7100가구와 자족 기능 강화와 각종 도시지원시설을 오는 2025년까지 건설하는 국책사업이다.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에서 선바위역 방향으로 왼쪽은 LH, 오른쪽은 경기도시공사(GH)가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전체 면적이 330만㎡에 못 미쳐 신도시는 아니지만, 이곳 주민들은 사실상 3기 신도시로 인식하고 있다.
과천지구는 최근 토지 보상 시기가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주민들의 편입 대상 토지 전체면적 재평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LH 직원 1명이 지구내에 투기로 의심되는 땅 매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더 커 보였다.
이날 과천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과천동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지리적 장점 때문에 개발 얘기가 오랫동안 나돌았다"면서 "한때 기획부동산까지 들끓어 투기 관련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서 농담거리가 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시행된 토지 평가 금액이나 LH의 향후 계획에 신뢰가 안 간다. 토지 전체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 사태 이후 정부도 보상제도 전반에 걸쳐 제도 개선 방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공직자나 LH 등 택지 개발 관련 기관 직원 등은 앞으로 토지 보상에서 제외하고 토지 매입부터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대상자 기준 시점, 토지 면적 등 보상 요건을 강화하고 원주민과 외지인에 차별적으로 혜택을 주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땅 소유 농민 "공공택지지구 지정 취소"
과천시 과천동 내 공공택지지구 지정 안내 표지판. [사진 = 조성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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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과천지구 토지주라도 땅 크기에 따라 속내는 달라보였다. '협의양도인택지'의 기준인 300평(1000㎡) 이하의 땅을 가진 농민들 일부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천지구에서 화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감정평가금액이 평당 400만~500만원이라고 들었는데 그 정도 토지 보상금으로는 경기도는커녕 충청도 밑으로 쫓겨날 판"이라면서 "꽃이나 화초는 근교농업 특성상 지방으로 내려가면 운송비 때문에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협의양도인택지는 공람공고일 기준으로 일정 기준(수도권 1000㎡) 이상 땅을 가진 사람 중에 LH의 보상 협의에 응한 지주가 대상이다. 원주민, 외지인 모두 해당되지만, 보상 협의 거부 시 강제로 수용되고 별다른 혜택이 없다. 보상금액은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된다.
1000㎡ 이상을 보유한 토지주들은 공공주택지구 개발에 대체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협의양도인택지 협의 대상자인 지역민 B씨는 "LH 직원 투기가 밝혀지면 형사처벌, 부당이익 환수 같은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았야 마땅하다"면서도 "과천지구는 그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LH 사태로 3기 신도시 택지지정 철회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이들이 공공택지지구 추진을 바라는 이유는 선바위역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S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과천지구 내 토지주들이 3기 신도시가 무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데 전혀 그러지 않다"면서 "여기 토지주들 상당수는 적게는 20억~30억원, 많게는 60억~70억원을 움직인다. 이미 수용 전 다른 지역에 이주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지구 추진이 멈추면 다른 지역에 미리 사 놓은 토지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수용 후 나오는 이축권(移築權)까지 미리 판 토지주들도 많다"며 "보상가로는 치솟은 주변 토지를 살 수 없으니 먼저 이주 토지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축권은 건축관계법규나 도시계획법규상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내에 주택 등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이 이 지역이 고속도로 개발 등 공공요지로 편입, 수용되는 경우 이주 대책의 일환으로 주는 '다른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할 권리'를 말한다.
수해지역으로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그린벨트로 지정되기 전에 다른 사람의 땅을 임대해 주택을 지었으나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못해 증·개축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이축권을 받을 수 있다.
S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300평 이상 소유 토지주들은 협의양도인택지나 이주자택지를 받을 수 있지만, 300평 미만 땅 가진 사람들은 현금 보상만 받고 땅을 내줘야 하니 억울하다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T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번에 과천지구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조사 결과가 보상금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걱정된다"며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이 터졌을 때 주민들 사이에는 '올 것이 왔다'라는 말이 떠돌았다"라고 전했다.
원주민 보상에는 협의양도인택지 외에 이주자택지도 있다. 이주자택지는 신도시 예정지 공람공고일(발표일) 이전 1년 전부터 집을 갖고 있으면서 거주한 원주민이 받을 수 있다.
집과 땅에 대한 현금 보상에 추가해 이주대책으로 준다. 보상가격은 신도시 조성원가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를 뺀 금액이다. 통상 조성원가의 70~80% 선이다.
과천동에서 화훼농사를 짓고 있는 만난 농민 대다수는 비닐하우스를 집으로 꾸며 생활하고 있었다. 땅 말고는 집(건축물)에 대한 보상이 어려워 보였다.
원주민 C씨는 "앞으로 이곳이 개발돼 거주할 사람들, 결국 서민들 아니냐. 그들하고 우리하고 뭐가 다르냐"며 "차라리 택지지구 지정이 취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 추천 구성을 지적하는 주민도 있었다. 원주민은 D씨는 "LH, GH 등 사업 참여자가 각 1명씩 2명을 추천했는데 주민 추천은 1명이라 아주 공평하지 못한 구성"이라며 "이런저런 정황을 고려할 때 토지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소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더라도 LH가 배제된 가운데 토지 전체에 대한 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 투기의혹 합동조사단은 지난 4일 3기 신도시와 과천지구, 안산장상지구 등 대규모 택지(100만㎡ 이상)를 대상으로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의 직원 및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김현정 기자 hjk@mk.co.kr 김정은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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