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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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한 로버트 애런 롱(21)이 ‘악의적 살인(malice murder)’과 ‘가중폭행(aggravated assault)’ 혐의를 받게 됐다. ‘증오범죄’ 혐의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구속수감 중인 롱에 대해 두 가지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주 형법은 미리 살해를 계획하고 타인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 악의적 살인 혐의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된 증오범죄 혐의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 연방 법률에 따르면 증오범죄는 관련 피해자가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성적지향 등의 특정 요인에 근거해 범죄 표적이 됐다거나, 용의자가 헌법이나 연방법이 보장하는 행위를 위반한 점을 입증해야 적용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증오범죄에 더 엄격한 양형지침을 규정한 법이 없는 단 4개 주에 속했던 조지아주는 지난해에 증오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법률을 제정했다.
증오범죄 관련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미 NBC뉴스에 따르면 잠재적 증오범죄 수사를 위한 첫 단계조차 발을 떼지 못했다. 통상 지방검찰이 연방수사국(FBI) 지역(애틀랜타) 사무실에 사전 수사부터 지시해야 하는데 이조차 하지 못했다고 사법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전자기기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아직 증오범죄 혐의 관련 증거를 찾지 못해서다.
답보 상태인 수사로 '백인 면죄부'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앞서 16일 발생한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은 아시아계 스파 업소가 몰려있는 지역에 피해가 집중돼 있었으나 보안관실 측이 수사 초기 롱의 진술을 토대로 범행 동기가 ‘성(性) 중독’에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범행 장소는 물론 실제 희생자 중 6명이 아시아계라 증오범죄가 확실하다는 반론이 거셌다. 당시 보안관실 대변인은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까지 해 경찰이 인종차별 범죄를 왜곡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사법 수사관들이 용의자의 발언에 근거해 인종차별적 범행 동기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인 '이레이즈 레이시즘' 일레인 그로스 회장은 NBC에서 "(용의자의 진술은) 어떤 것이 증오 범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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