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로 인정된 행위는 이 전 실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국회의원이 피고인인 사건 결론에 관해 재판부 심증을 파악한 혐의 등이다. 이 전 상임위원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 파견 법관들을 동원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 등이다. 검찰 수사팀은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인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유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1심 법원의 결론대로라면 법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상식이라는 기준으로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납이 안 되는 일들이 재판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 모습이 한때 사법부 내부의 한 단면이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향후 잇따를 재판 과정을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규명해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소된 법관 중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 부장판사 등이 1,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핵심 피의자인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4명에 대해서는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을 지시하고 기획하는 등의 혐의로 핵심 인물로 지목된 데다 증거가 방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완전한 의혹 해소와 진실 규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판사 중에는 지난달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앞둔 임 전 판사는 몇몇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그런 재판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재판도 있다. 임 전 판사가 이미 퇴직한 탓에 공직 파면이라는 실효가 없어 헌재에서 각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헌재의 판결 자체가 의미하는 바는 크지 않을 수 없다. 오는 24일 첫 재판을 앞둔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큰 틀의 사법농단 단죄라고 해도 개별 재판에서는 유, 무죄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종착점은 하나여야 한다.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사법부가 그간 자정과 개혁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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