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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동학개미' 힘입어 대한민국 금융 키운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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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여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변화에 적응하느라 금융투자업계도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서도 발군의 성과를 보인 CEO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한 기업도 없잖다. 금융 CEO 순위도 요동쳤다. 지난해 대비 종합 순위가 오른 CEO가 18명, 올해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한 CEO도 14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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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급등한 CEO

▷김태오 DGB 회장 12계단↑

올해는 유독 증권사 CEO 약진이 눈에 띈다. 순위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경영인 1, 2위가 모두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개인투자자 열풍,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증권사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덕분에 증권사 CEO 영향력과 위상이 과거보다 한층 커진 모습이다.

전년 대비 순위가 가장 많이 오른 CEO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이다. 금융 CEO 50인 중 유일한 여성 CEO다. 박 사장은 지난해 42위에서 올해 순위를 24위까지 끌어올렸다. 무려 18계단 순위가 올랐다.

순위 상승 배경에는 지난해 KB증권이 거둔 호실적이 자리한다. 지난해 KB증권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4256억원. 2019년(1677억원)보다 153% 가까이 늘어났다. KB증권 출범 이래 역대 최고 실적이다. IB업계에서도 존재감을 야금야금 키워가는 모습이다. KB증권은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등 상장 주관을 따냈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 순위도 급등했다. 전년 32위에서 올해 17위까지 15계단 상승했다. 키움증권 성장세도 눈부시다. 키움증권 당기순이익은 2019년 3620억원에서 지난해 7034억원으로 불어났다. 금융투자업계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은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증권사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새로 개설된 계좌만 333만개로 전년(68만개)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개인투자자 시장점유율은 30%에 달한다. 핀테크 혁신에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다. 올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1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MTS 개발에 착수했다. 플랫폼 성능을 개선하고 국내외 상품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합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이 사장은 이번 평가에서 핀테크 혁신 부문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15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31위),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40위),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48위) 등 총 9개 증권사 CEO가 순위표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 CEO를 제외하고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순위 상승이 눈에 띈다. 지난해 33위에서 올해는 21위로 올라섰다. 지방 금융지주 3사 CEO 중 가장 순위가 높다.

2018년 5월 부임한 김 회장은 경영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ESG 경영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UN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유엔글로벌콤팩트는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기업들이 책임 있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기반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이 9계단(44위 → 35위),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26위 → 19위)과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46위 → 39위)이 각각 7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10위권에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순위를 많이 올렸다.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4위로 6계단 상승했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22위 → 16위),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31위 → 25위) 등 삼성 금융계열사 CEO도 나란히 6계단 순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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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는 누구

▷핀테크 2위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올해 새롭게 이름을 올린 경영인 중에서는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30위)과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32위)가 눈에 띈다.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 CEO가 3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 ‘주요 플레이어’로 공인받았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1999년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도용환 회장은 400억원 규모 벤처펀드로 출발한 스틱 운용자산 규모를 5조원 수준까지 키워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해당 부문(글로벌)에서 12위라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디디칭쥐’와 인도 ‘사히아드리 병원’에 각각 1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동남아 1위 차량 공유업체 ‘그랩’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올해 새롭게 평가 대상에 포함된 VC 경영인 18인 중 나 홀로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다. 소프트뱅크의 유일한 아시아 법인으로 약 1조4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미국 매치그룹이 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한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를 조기 발굴·투자한 인물로 유명하다. 투자 수익이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예정인 쿠팡 투자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3위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도 이채롭다. 종합 순위는 30위권이지만 ‘핀테크 혁신’ 부문만 놓고 보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에 이어 2위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영업 시작 10개월 만에 32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덩치를 키우는 중이다. 펀드상품 누적 가입자가 120만명을 훌쩍 넘었고 카카오페이증권이 판매하는 키움자산운용 ‘똑똑한 펀드’는 지난해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동전 모으기’ ‘알 모으기’ 등 소액 투자 채널 다변화로 금융 투자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임기 6개월 미만’ 제한에 걸려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권광석 우리은행장(12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14위)도 올해 처음 순위에 올랐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20위),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28위)도 새롭게 30위권 내에 안착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1호 (2021.03.24~2021.03.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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