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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기업은 재테크 동반자"…사회적 책임 내세우며 동학개미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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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 株主시대 ① / 기업 잘돼야 국민도 행복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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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50대 회사원 A씨는 올해 1월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주당 9만4000원에 사들였다. 지난 26일 삼성전자 종가는 8만1500원. 속된 말로 '고점에서 물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현금창출력과 더불어 주당 2994원에 달하는 연간 배당금을 버팀목 삼아 투자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그를 속상하게 한 최근 뉴스는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충수염 수술 소식이었다. A씨는 "잘못된 과거 일에 대한 처벌은 당연한 것이지만 기업인이 속죄하는 더 확실한 길은 회사 이익을 늘려 주주들에게 배당도 많이 주고 나라에 세금도 많이 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식투자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40대 워킹맘 B씨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일 1주씩 사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키워드가 종목 선정의 이유였다. 기업 뉴스에 통 관심이 없던 B씨는 주식을 사면서 회사 소식에 대한 공부를 지속해 기업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있다. B씨는 "금호석유는 누가 경영권을 가지게 되든 주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회사 경영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높은 배당률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109개사 최고경영자(CEO), 최고투자책임자(CFO) 등 최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반기업정서 기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체감하는 반기업 정서는 목 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기업들이 느끼는 반기업 정서 수준을 최대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종사자 1000명 이상 기업은 83.8점, 종사자 300~999명 기업은 61.6점, 300인 미만은 66.0점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느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기업호감도 조사 결과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이 기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지수화한 기업호감지수는 2015년 60.6점에서 2018년 53.9점으로 하락한 바 있다. 기업호감지수는 50점(중립)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 경우 긍정평가가, 낮을 경우는 부정평가가 많음을 뜻한다. 마지막 조사 시점이었던 2018년 당시 기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국민은 가장 큰 이유로 '준법·윤리경영 미흡'(44.4%)'을 꼽았다.

기업이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평가받아왔던 준법·윤리경영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기업을 둘러싼 정치 환경 현실은 여전히 우호적인 것과 거리가 있다.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에 걸쳐 공정거래 3법, 노동조합법 등 개정과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며 기업 규제 고삐를 죄어왔다. 최근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대한건설협회 등 국내 7개 경제단체가 이례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보완입법을 해달라"는 요청사항을 국회 등에 공동으로 전달했지만 이 같은 요청사항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심해졌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환경·책임·투명경영(ESG) 등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는 사이에 국민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을 보유한 개인주주가 많아지면서 '국민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관점에서 기업 의사결정의 주된 기둥인 투표권은 곧 돈이다.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기업 오너들에게 먹히지 않고, 일부 기업 오너들이 부정한 짓을 버젓이 저질러온 어두운 과거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여론을 움직이는 '동력' 차원에서는 돈 많은 기업인보다 숫자가 많은 '개미'가 훨씬 앞선다. 기업들이 개인주주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권 안정을 넘어 개인주주를 기업의 동반자로 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경총 설문에 따르면 기업들은 국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준법경영 등 내부윤리경영 확립'(52.9%),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 활동 강화(41.2%),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36.3%), 원·하도급 상생경영 실천(26.5%)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국회 등 정치권(32.4%), 정부(31.4%), 언론미디어(24.5%) 등도 반기업 정서 극복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주문을 내놨다. 기업이 스스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정치권 등이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적 지형도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개인투자자 급증으로 정치권에서 기업 요구사항을 마냥 외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A씨와 B씨 같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규제로 본인 투자자산의 손해가 커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 중 17.7%인 919만명이 국내 상장법인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 표심을 외면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개인투자자 주력군은 국내 정치권 표심 향방을 쥐고 있는 4050세대에 집중돼 있다.

전체 개인투자자 중 연령대가 파악되는 911만명 중 40대와 50대 비중은 각각 24.3%와 21.7%에 달한다. 30대(19.9%), 20대(11.8%) 그리고 20대 미만 미성년자(3.0%)까지 합칠 경우 50대 이하 개인투자자는 735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 국민 인구 14.2%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의 가족까지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개인투자자 확산세를 감안할 때 정치권의 '반기업 규제'에 대한 거부감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기업 때리기'가 '정치적 환호'로 이어지던 등식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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