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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사상 최대 유동성 압박...커지는 금리 인상 우려 [Shape new Korea ④갈 곳 잃은 유동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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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코로나 극복” 저금리로 돈풀기

인플레 자극 통화가치 하락 우려

돈 실물로 안가고 자산시장만 비대화

한국 통화 유통속도 미국의 절반 수준

시장과 교감 전제, 금리인상 앞당겨질 듯

헤럴드경제

구소련의 공산주의 지도자 블라드미르 레닌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자본주의를 가장 효과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돈의 타락’를 지목했다. 이를 위해 가짜 돈을 유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가짜 돈이란 위조 화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범람, 즉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가치가 절하된 통화가 풀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그는 ‘중산층을 세금과 인플레이션의 맷돌로 으깨버려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중을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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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플레이션은 통화 가치 하락을 유발, 자본주의 시스템을 흔들고 한 나라의 국격(國格)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때문에 각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극심한 경계감을 드러내 왔다. 그러다 지난해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에 전 세계가 기준금리를 큰 폭 낮추고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동원해 시중 유동성 공급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춘 뒤 1년 가까이 이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은 회수되지 못한 채 인플레이션을 자극, 통화 가치 하락 우려를 낳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 자금인 광의 통화량(M2)은 지난해에만 284조원이 풀렸고, 지난 1월에도 역대 최대 증가폭인 약 42조원이 더 풀리면서 3200조원을 돌파했다.

뿐만 아니라 시중의 돈이 실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자산 부문으로만 대거 유입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발생되고 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문제는 단기에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 오히려 비대해진 자산시장에 따라 부의 격차 확대와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시 취약층을 중심으로 촉발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에 더 주목하고 있다.

고전경제학의 화폐수량설(통화량X화폐유통속도=물가X거래량)에 따라 ‘돈맥경화’의 정도를 보여주는 통화유통속도는 ‘물가X거래량(명목GDP)’을 통화량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작년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0.63까지 떨어져 통화량 통계가 개시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작년 코로나19 이후 3조달러(약 3300조원) 이상 돈을 푼 미국도 화폐유통속도가 1.19로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가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민간(가계·기업) 부채 규모는 작년말 현재 4148조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명목) 대비 215.5%로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2019년말 대비 증가폭(18.4%) 역시 최대다.

한은은 지난 25일 발표한 ‘3월 금융안정상황’에서 “실물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한 신용축적 및 자산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대내외 충격에 대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증대됐다”며 “부문간, 업종간 경기회복이 불균등(K자형)하게 진행되면서 정부지원 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으로선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자칫 취약층의 자금 경색을 일으켜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고, 가만히 있자니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걸 손 놓고 지켜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이미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나라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결국 시장과의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금리의 정상화 시점을 앞당길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2%에서 2.75%로 0.75%포인트 올려 6년만의 정책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도 지난 19일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4.25%→4.50%)에 나섰다. 노르웨이는 인상 시점을 내년 상반기에서 올 하반기로 앞당기겠단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2023년까지 금리를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이 예상 수준을 상회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될 경우 이 시기가 더 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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