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지역정치와 지방자치

박형준 “오거돈과 차원이 다른, 진짜 혁신 보여줄 것”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이 7일 밤 출구조사와 개표 상황으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승리의 'V'자를 그리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김동환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형준(61·국민의힘) 부산시장은 8일 오전 부산 동래구 충렬사 참배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방명록에 ‘부산의 나라사랑, 역사적 긍지와 자존심을 지키고 계승하겠습니다’ 라고 썼다.

그는 “(충렬사 참배에서) 부산시장으로서 헌신과 봉사라는 공직자의 자세를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은 뒤 새 시장으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선거 승리가 확실해진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단어는 뭐였나? 그 이유는?

“선거 기간 내내 흔들리지 않고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신 만큼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시민을 섬기는 좋은 시정’으로 보답하겠다.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협치와 통합'이다. 선거가 끝났다. 이제 시민의 시간이다. 선거 기간 동안 쌓인 앙금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부산시민들만 바라보고 집권여당에 협조를 구하고 통합의 정신으로 시정을 이끌어 가겠다.”

-압승 요인은 뭐라 보시는가?

“문재인 정권 4년의 실패와 오거돈 전 시장 성범죄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이번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선거 결과를 “박형준이 잘나서”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도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무서운 심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4번의 선거 패배 뒤 이제 겨우 작은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로 성원에 보답하겠다.”

-이번 선거는 ‘네거티브 전쟁'을 방불케 했다. 선거 운동 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을 듯 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은 뭐라 보는가?

“역대 선거 중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가장 많았던 선거가 아닌가 싶다. 정책과 비전이 사라지고 후보자마저 실종된 선거라서 너무 아쉽다. 네거티브는 시민의 일상과 미래를 결정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마음이 네거티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해법은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선거의 기본은 민심을 모으는 것이다. 민심을 조작하려고 하는 순간 자멸하는 것을 우리는 그 동안 역사를 통해 수없이 봐왔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내년 대선과 지선(지방선거)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선거를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부산이 ‘대한민국의 모든 어려움이 집약된 도시’라고 했다. ‘모든 어려움'이 뭐고 왜 그렇게 됐다고 보는가? 해결할 방략은?

“부산의 생산성, 인구문제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1인당 총생산량은 17개 광역단체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이 2.9% 성장할 때 부산은 1.7%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마지노선이라던 350만 인구도 깨졌고 매년 1만2,000명의 청년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

조선일보

박형준 부산시장이 8일 오전 부산 동래구 충렬사를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학스타트업클러스터'를 만들어 사람과 기업, 돈이 모이는 부산을 만들겠다. 가덕도신공항과 연계한 어반루프 구축으로 가덕도와 해운대를 단숨에 연결하는 15분 도시로 만들겠다. 이런 비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

-부산이 향후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에서 해야할 역할, 가져야 할 위상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이번 선거의 승리가 국정을 대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재 부산 정치와 경제 수준은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오랜 시간 부산 분권화를 구상해 왔다. 중앙에 예속되지 않는 역량 있는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 토대를 다지겠다.

가덕도신공항과 부산신항이 갖춰지면 부산의 지정학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경제발전에 여야가 없다. 정부여당과 협치하고 시민의 뜻을 모아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유별나게 강조하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 4년 내내 극단적 분열과 편 가르기로 국민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를 반성하고 성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은 승리에 도취해서 문재인 정부와 같은 오만하고 독선에 빠진다면, 민심의 심판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선거 기간 갈등은 잠시 내려두고 협치와 통합의 정신으로 오로지 시민의 안전과 민생 정상화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시민에게 힘이 되는 시장’, ‘말이 통하는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왜 그런 시장이 되려 하시는가?

“오거돈 전 시장은 집권 여당 소속의 힘 있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오만과 독선, 권력형 성범죄였다. 비단 오 전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를 세 단어로 정리하면 오만과 위선, 불공정이다.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쓴 결과다. 나는 자신과 특정 세력을 위해 힘을 쓰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에게 힘이 되는 시장이 되겠다. 이 시대의 키워드인 ‘불공정'을 ‘공정'으로 만들어 가겠다.”

-말·토론 잘 하는 것과 일·행정 잘 하는 것은 다르다. 교수 출신 시장이라 현실, 현장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너무 이상적, 이론적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저는 동아대 교수, 청와대 수석, 국회의원, 국회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공적 가치를 실현해왔다. 이론과 실무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하다고 자부한다. 세계불꽃축제, 부산콘텐츠마켓, 강서그린벨트해제, 국회도서관 분원설치 등 모두 직접 추진한 사업이다. 이전 시장과 차원이 다른, 새 도약을 위한 혁신의 파동이 물결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온 몸을 던지겠다.”

-부산시의원 47명 중 국민의힘 의원은 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여당 계열이다. 의회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시정이 삐걱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집행부와 시의회는 기본적으로 상호 견제와 협력의 관계다. 어느 한쪽이 힘을 남용한다면 반드시 무서운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모두 안다. 국회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보여준 오만과 독선의 결과를 보지 않았는가.

시의회가 무조건 반대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에너지 낭비할 시간이 없다. 부산시민을 위해 의회와 협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설득해 나가겠다.”

-시장 임기가 달랑 1년 3개월이고 다음 대선·지선이 코 앞이다. 그로 인해 시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을 한다.

“저는 짧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시간이라도 일의 지름길을 안다면 훨씬 생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불필요한 논의와 규제를 줄이고 절차의 군살을 빼면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다. 대선과 지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므로 좋은 시정을 펼치는 데만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시장으로서 첫 행정명령은 뭐로 하실건가?

“당면한 코로나 위기 극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생각한다. 코로나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시정의 생명인 시민의 안전도 경제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 우선 ‘코로나 위기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마련,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대책은 지역 소상공인 임차료 자금 지원을 기존 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지역 상권 회복과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보탬이 되는 지역 화폐인 ‘동백전’ 발행 규모를 2조원으로 종전보다 7000억원 더 늘리는 것 등으로 이뤄진다. 또 민관이 모두 힘과 머리를 합쳐 해법을 찾는 ‘코로나 위기극복 비상대책회의'를 구성, 정례화하겠다.”

[박주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