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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뜨거운 감자’된 미술품 암호화폐 거래… “거품 논란에도 시장 계속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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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시장에서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NFT는 암호화폐에 회화·동영상 등 특정 디지털 파일을 일대일로 연결해 고유성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지난달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본명 마이크 윈켈만)이 제작한 이미지 파일 한 점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79억원)에 낙찰된 후, 이것이 과연 ‘상식적인 가격’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한 편에서는 복제·위조가 쉬운 디지털 아트의 보증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NFT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NFT의 거래가가 최근 한 달간 70% 하락했다며 거품 붕괴의 전조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조선비즈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미싱 앤드 파운드(Missing and Found)’. 지난달 피카프로젝트에서 NFT 기술을 접목해 경매에 부쳤으며 6억원에 낙찰됐다. /피카프로젝트 제공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이사는 NFT 낙관론자다. 지난달 17일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미싱 앤드 파운드(Missing and Found)’를 경매에 올려 6억원에 낙찰시킨 그는 국내 NFT 미술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청담동 피카프로젝트 본사에서 송 대표를 만났다. NFT 시장의 정체성과 성장 가능성을 말하는 그의 어투는 담백했지만 견고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마리킴의 작품이 6억원에 낙찰된 후 NFT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도 커졌는지.

"NFT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작가들이 많아졌다. 회사로 먼저 연락 주는 작가들도 꽤 있다. 향후 마리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NFT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며, 전속 작가인 김봉수 조각가와 이진용 화백, 스웨덴 출신 그래피티 아티스트 앙드레 사라이바의 작품에도 NFT 기술을 접목할 예정이다."

미술 시장에서 NFT가 각광 받고 있다는 것인데, 이유가 무엇인가.

"작품의 진위성을 보증하는 일종의 보증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디지털·미디어 아트의 경우 위·변조와 무단 복제 및 도용이 실물 작품에 비해 훨씬 쉽기 때문에, ‘위작’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작품에 암호화폐를 일대일로 연결하면 그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진위성을 쉽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되면 미술 시장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디지털 아트 뿐 아니라 물리적 작품도 NFT로 만들 수 있다고 들었다.

"유형(有形) 미술 작품도 디지털 파일로 만들면 NFT가 될 수 있다. 물리적 회화를 디지털 파일로 재제작할 때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시 그린다.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저 작품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2011년에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이다. 암호화폐와는 관계없는 작품이긴 하나, 실물 작품이 아닌 디지털 파일 자체가 원본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NFT 미술과 유사하다. 100점이나 제작·판매된 디지털 파일이지만 현재는 수천 만원을 호가한다.

조각 작품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 때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3차원 영상을 제작해 가상현실(VR) 기기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가 실물 작품을 디지털 파일로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NFT로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다. 실물 작품을 단순히 카메라로 찍어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다시 재창조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매우 높은 고미술품도 NFT로 만들 수 있나.

"기술적으로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원작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면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사라지기 때문에, 누구나 원작의 이미지 파일을 내려받아 NFT를 연결할 수 있다. 즉, 희소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미술품을 NFT로 만든다면 그것을 굳이 높은 가격에 살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형 작품과 그것을 디지털화(化)한 작품이 공존한다면, 법적인 소유권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유형 작품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면, 그것 자체가 또 다른 ‘원작’이 되기 때문에 소유권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 작가가 유형 작품을 그대로 둔 채 디지털화한 작품을 NFT로 만들어 타인에게 판매한다면, 그 작가는 유형 작품에 대한 권리만 갖게 된다. 디지털화한 작품의 권리는 NFT 소유자들이 가진다."

NFT 미술품은 주로 누가 사는가.

"전통적인 기존 미술품 수집가(컬렉터)들과는 아예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산다. 블록체인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지난달 마리킴 작가의 NFT 작품을 산 사람 역시 블록체인 자산을 많이 운용해온 개인 투자자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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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이사. /피카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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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 역시 블록체인 자체에 관심이 많은지.

"나는 미술을 전공해(미국의 ‘3대 예술고등학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월넛힐예술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작품 공동 구매 업체와 갤러리를 운영해왔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아주 많은 투자자이기도 했다. NFT 미술품 시장 진출 역시 블록체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했다. 암호화폐가 국내외 여러 산업군에서 활용되고 있었으나, 아직 미술계에서는 제대로 사용되는 사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지난해 여름부터 개발자들을 영입해 미술에 NFT를 접목하는 기술을 준비했다."

NFT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도 많이 나온다. 앞으로 시장이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무엇이든 시장 형성의 초기 단계에는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되며 가격에 거품이 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계속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NFT 역시 반짝 떴다가 사라질 시장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NFT 미술은 이미 새로운 예술 장르가 됐다고 생각한다. 앤디 워홀이 팝아트를 처음 선보였을 때도 ‘실크스크린(판화의 한 기법)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 무슨 예술이냐’는 반응이 많았다. 현재는 팝아트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됐듯, NFT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새 예술 장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성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향후 계획은.

"앞서 언급한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NFT 미술품 판매를 계속하는 한편, NFT 미술 거래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출시해 더 많은 이용자가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느 NFT 미술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으로도 구매할 수 있으며, 피카프로젝트의 자체 개발 코인인 피카아트머니(현재 코인원과 업비트에 상장돼있다)로도 살 수 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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