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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월세 30만원 초과 땐 지자체에 신고 의무화…"임차인 보호" vs "과세 활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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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전월세신고제 6월 시행 15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ㆍ월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제`가 올 6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도의 시 지역에 있는 주택의 보증금 6천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에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2021.4.15.한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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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부터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도(道)의 시(市) 지역에서 600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에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또 월임대료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도 신고 대상이다.

15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조치로 주택 임대도 매매와 같이 실거래가 정보가 취합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일각에선 이 제도를 통해 구축되는 임대시장 데이터베이스는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과세 활용 방안에 대해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제도는 전국의 웬만한 도시지역에서 일어나는 주택 임대차 계약은 대부분 포함한다. 아파트, 다세대 등 주택은 물론, 고시원과 기숙사 등 준주택, 상가내 주택이나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도 대상이다.

20대 국회 당시 전월세신고제 대상은 수도권과 세종시, 3억원 이상 거래로 한정됐으나, 지난해부터 대부분 도시지역 전월세 거래를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것으로 기조가 변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지방 도시로도 퍼지면서 전월세 시장도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증금 기준을 6000만원으로 한 것은 확정일자 없이도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최소금액이 6000만원인 점이 감안됐다.


비공개 기본 정보 70% 공개될 것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임대차 시장의 투명한 공개다. 정부는 현재도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을 때 신고하는 내용을 모아서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계약금액이나 계약일, 층수 등 기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체 계약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로 베일에 가려졌던 나머지 70%의 거래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제를 통해 계약기간, 신규·갱신 계약 여부를 비롯해 갱신 계약의 경우 기존 계약 대비 임대료 증감액 등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모은 계약금액과 지역별·시점별 임대 주택 예상 물량, 지역별 계약 갱신율, 임대료 증감율 등 주택 전월세 시장 데이터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11월 시범 운용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은 이 시스템을 통해 주변의 신규·갱신 임대료 정보를 확인한 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임대인도 주변 시세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적정한 임대료 책정으로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계약 신고를 통해 확정일자도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임차인 입장에선 더욱 편리해질 수 있다. 현재로선 확정일자를 받으려면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지만 앞으론 온라인으로 임대차 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과제로, 임차인 보호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별로 정확한 전월세 정보가 구축돼 정부가 주거복지 등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정확한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제도 도입에 따른 순기능을 기대한다"면서도 "임대차 거래 전수 신고는 처음 도입되는 것이라 초반에 혼선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세 활용 가능성은 우려


일각에선 주택 전월세 시장 데이터가 추가 과세나 표준임대료 도입에 활용 가능성을 우려한다.

앞서 지난해 전월세신고제 도입 논의 단계에서 학계 세미나 등을 통해 이 제도가 임대소득 공평과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과세당국은 2019년 귀속분부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전면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월세신고제로 확보된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월세신고제는 과세 정보로 사용될 일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국토부는 이날 전월세신고제 시행 관련 보도자료 뒤편 질의응답(Q&A)을 통해 "임대차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코자 하는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전월세 신고 정보가 과세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건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새로운 세원을 파악해 나중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할 가능성"이라며 "정부가 거래 정보를 국세청 정보와 취합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교수는 "정부가 지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머잖은 미래에 이를 바탕으로 실제 증세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월세 공급이 줄고 서민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정부가 이 제도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만 쓰면 좋을 텐데,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전월세 시장이 혼란스러울 경우 과세 카드를 고민하지 않겠나. 정부가 이걸로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신고제가 지난해 여당 일각에서 도입을 주장했던 '표준임대료' 논의와 연계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경우 전월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공급이 급감해 매물 잠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전월세신고제 도입이 표준임대료 등 임대료 규제를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니며 도입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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