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회담 제의 이틀 만에 공언 현실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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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지난해 미 대선 개입 등을 이유로 러시아 기업과 기관, 개인을 무더기 제재했다. 주미(駐美) 러시아 외교관 10명은 추방된다. 그간 공언해 온 제재에 나선 셈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의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미 백악관은 이날 러시아 정부의 유해 해외 활동을 겨냥한 행정명령을 통해 지난해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32개 러시아 기관ㆍ개인을 바이든 정부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또 러시아 정보 당국의 사이버해킹을 지원한 6개 기업 및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 점령ㆍ탄압에 연루된 8개 개인ㆍ단체를 제재하고, 미국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일하는 10명의 러시아 정보 당국자를 추방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 금융기관이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 국부펀드가 발행하는 신규 채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이 조치는 6월 14일부터 발효된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초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 개인ㆍ기관을 제재한 적은 있지만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나 미 연방기관 해킹 등과 관련해 중대 제재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늘 발표하는 것은 사이버 침입, 대선 개입 등 러시아의 해로운 행위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비례적 조치”라면서도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게 대통령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오늘 미국은 해로운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정부에 대해 광범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적대적 행위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제재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13일 푸틴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서 제3국에서의 회담을 제안한 지 이틀 만이다. 나발니 사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살인자’라 부르며 각을 세워 온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통화에서도 “미국이 사이버 침입과 선거 개입 같은 러시아의 행위에 대응해 국익 수호를 위해 단호히 행동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이날 앞서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의 대(對)러시아 제재 부과 방침을 미리 보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압박으로 가뜩이나 껄끄러운 양국 관계가 더 경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적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행위 탓에 최악의 상황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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